주고 받음
창문에 하얀 포도알이 열린다
아득한 하늘에서 속도감 있게 다가오더니
떡하니 창문에 다가붙는다
그러면서 내게 눈맞춤을 한다
서로 아끼면서 살자고 하는 듯이
싱그러운 열매들이 서로 화합하여 커지기도 하고
창문에 녹아들기도 한다
수시로 변해가는 열매들을 바라보는 일은
내겐 짙은 행복감을 준다
스스로 존재하고 있다는 깨달음이 들게 한다
창문은 꼭 닫혀 있다
이런 때는 처마가 그립기도 하다
처마가 있다면 하늘과 소통하는 일도 많을 것인데
꾸물거리는 생각이 주변을 돌아본다
창문 밖의 새들과 대화를 한다
그러면 새들은 말하면서 응시한다
모든 것을 가질 수는 없는 게 우리들의 걸음이라고
하얀 포도알을 어떻게 얻을 수 있겠냐고
당연한 것을 잊고 있는 나를 물끄러미 응시한다
비 내리는 닫힌 창문을 바라보면서
바람과 창문에 안긴 작은 물방울을 인식한다
그래 주어지는 것은 모두 감사한 것이구나
순간에서 영원으로 이어지는 내 걸음을
하나의 필름이 되어 재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