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읍에 있는 영주산에 올라
친근하고 고맙게 생각하는 호수를 만났다
영주산 정상에 서서
올라간 반대편으로 펼쳐진 생기를 일깨우는 풍경
그 가운데 백미는 호수였다
제주에서는 보지 못했고 보기가 힘든 고요한 물결
물 아래 깃든 그림자도 보고
고요와 정갈함의 절대미를 그곳에서 만났다
영주산 정상에 서서 호숫가에 가고 싶은
절절한 마음이 되었다
그쪽으로 내려가는 길도 나 있었다
하지만 그쪽으로 내려가면 영주산 주차장과는 거리가 멀어
큰 결단을 내려야 하는 일
영주산 둘레길도 있다니 믿고
대단한 계단으로 이루어진 길을 내려갔다
내려가니 둘레길이 원하는 만큼 잘 드러나 있지 않았다
난감한 상태가 되어 호수는 관람만 하고 방풍림을 따라
둘레길이라 생각하고 주차장으로 향했다
있는 듯 없는 듯한 길을 걸으면서
몇 번이고 아득해졌다
시간도 땀도 서로 어울려 마음이 되고 있었다
옆에 걷는 아내는 나보다 씩씩했다
각고 끝에 주차장으로 돌아오고 우린
차를 타고 호수에 가보자고 네비를 켰다
좁은 제주에서 흔히 보이는 시멘트 길로
호수에 이르게 되고 철책이 가둬 놓은 호수를 안타까워 하며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제주에서 호수를 볼 수 있다는 것이 큰 복이라고 여기며
자주 들리겠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