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차례를 잊어버린 듯
더위가 진하게 머물더니만 갑자기
한기가 온몸에 닿아온다
어제 뜨거움이 땅의 곳곳에 돌아다니더니
오늘 차가움이 거리마다 넘친다
걸음들이 종종거리고 있고
옷가지가 두터워진다
멋부린 옷들이 자취를 감춘 행렬엔
포장마차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들만 따뜻하다
여름이더니 겨울이 목전에 와있다
요즘은 봄가을이 사라진 듯
생존과 생활 사이에서 사람들이 눈치를 보는 일이 잦아진다
계획대로 일들이 아루어 지지 않을지라면
도외시하고 주어지는 것들을 사랑할 수밖에
생각이 닿는 거리 밖에서
성큼 다가와 있는 손 시림이
오늘의 그림을 그린다
그래 그렇게 인정하는 게다
그래 그렇게 수용하는 게다
이 가을에 어느 곳에서 본 적이 있는
봄에 피는 꽃들의 서글픔이 눈에 잡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