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

by 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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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스며드는 길에


소리도 없이 비가 내린다


어둠과 비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날줄과 씨줄이 되는 듯하다


그들이 짠 어둠의 장막이 큰 벽이 되어


내일을 우리에게서 떼어내려고 하는 듯


미래가 불투명하게 놓여 있다


그 길에 가로등에 불빛이 들어오고 있다


주변이 환해지고 주차된 차들이


거리에 맛집을 찾은 손님처럼 존재한다


어제를 불러와 기록하고 오늘을 갈무리하며


내일을 우리에게 돌려주려 애를 쓰고 있다


하지만 그 불빛도 더러 안개처럼 되고


차가운 기온이 비를 더욱 싸늘하게 만든다


도저히 우산을 놓고 거리에 나설 수가 없다


옛날 그리도 흥에 겨워했는데


오늘 비는 처연하게 만난다


비가 창문을 통해서 내린다


그럼에 우리는 마음에 가로등을 다시 세울 수 있다


어둠이 스며드는 길에


비가 빛이 되는 경우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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