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스름

by 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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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너무 흐릿해지는 시간

어둠에 빛이 사그라드는 것이 아니고

빛이 힘을 잃으면서

사물이 달아나는 시간

우리는 이 시간이면 늘 배 고프다

아무 하는 일이 없는데도 배가 고프고

아무 달라는 것 없는데도 빼앗기는 듯하다

그늘이 내리듯 어둠이 내리는 그 언저리

우리는 어스름이라 부른다

묘하고 애틋함이 스며 있는 이 말에

우리는 넋을 놓기도 한다

하루가 충일했거나 가난했거나

모두가 똑같다

이 시간이 되면 어딘가로 가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고

우리는 아무것도 손에 잡질 못한다

아득한 듯하고 아늑한 듯한

이 시간, 오늘도 만나고 보내면서

하루가 가는 것을 지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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