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너무 흐릿해지는 시간
어둠에 빛이 사그라드는 것이 아니고
빛이 힘을 잃으면서
사물이 달아나는 시간
우리는 이 시간이면 늘 배 고프다
아무 하는 일이 없는데도 배가 고프고
아무 달라는 것 없는데도 빼앗기는 듯하다
그늘이 내리듯 어둠이 내리는 그 언저리
우리는 어스름이라 부른다
묘하고 애틋함이 스며 있는 이 말에
우리는 넋을 놓기도 한다
하루가 충일했거나 가난했거나
모두가 똑같다
이 시간이 되면 어딘가로 가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고
우리는 아무것도 손에 잡질 못한다
아득한 듯하고 아늑한 듯한
이 시간, 오늘도 만나고 보내면서
하루가 가는 것을 지켜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