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묶어 놓으니
그 사이에 있는 시간들이
참 놀랍게 각기 소리를 낸다
봄,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대면하는 모든 일상들이 무너지고
큰 일들을 행하기 위한 계획들이
수면 아래로 들어갔다
집에서도 큰일을 가족끼리 해야 하는 안타까움이 있었다
여름, 비가 참 많이도 왔다
돌아다니지 못하는 시간들이 길어지고
사우나 가는 것, 이발하는 것까지 부담을 느끼는
희한한 시간들이 주변에 머물렀다
가족만 아무도 머물지 않는 계곡에 한 번 다녀왔다
가을, 그래도 열매들은 맺혔다
물가가 올라가고, 부동산 가격이
홍수에 강물이 차츰 올라오듯 진행되어
사람들의 의욕을 꺾고 마음까지 아프게 했다
가끔 시골에 가서 부실한 과일들을 사 먹었다
겨울, 다시 바이러스가 준동한다
다시 봄과 비슷한 거리두기 상황으로 내몰리고
같이 움직일 계획을 세우지도 못하는
서러운 시간을 맞았다
우리도 무념으로 이 시간을 만나고 있다
지나고 나니 한 해
무엇을 했는지 아득하고
비워진 듯한 느낌이 강하게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