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아온 12월

by 이성진

한 해를 묶어 놓으니

그 사이에 있는 시간들이

참 놀랍게 각기 소리를 낸다


봄,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대면하는 모든 일상들이 무너지고

큰 일들을 행하기 위한 계획들이

수면 아래로 들어갔다

집에서도 큰일을 가족끼리 해야 하는 안타까움이 있었다


여름, 비가 참 많이도 왔다

돌아다니지 못하는 시간들이 길어지고

사우나 가는 것, 이발하는 것까지 부담을 느끼는

희한한 시간들이 주변에 머물렀다

가족만 아무도 머물지 않는 계곡에 한 번 다녀왔다


가을, 그래도 열매들은 맺혔다

물가가 올라가고, 부동산 가격이

홍수에 강물이 차츰 올라오듯 진행되어

사람들의 의욕을 꺾고 마음까지 아프게 했다

가끔 시골에 가서 부실한 과일들을 사 먹었다


겨울, 다시 바이러스가 준동한다

다시 봄과 비슷한 거리두기 상황으로 내몰리고

같이 움직일 계획을 세우지도 못하는

서러운 시간을 맞았다

우리도 무념으로 이 시간을 만나고 있다


지나고 나니 한 해

무엇을 했는지 아득하고

비워진 듯한 느낌이 강하게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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