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날은 바다에 서자

by 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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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날, 추위가 살갗을 에는 날, 바이러스마저 준동하는 날

이런 날은 우리들의 뇌리도 정상적인 기능을 하지 못한다

빠르게 움직이지 않고 잘 움직이지 않는다

그냥 시간이 흘러가고, 흘러가는 대로 물결처럼 흘러가는 길뿐이다

이런 날, 마음이 무척이나 위축되는 날, 바이러스마저 스며드는 날

이런 날은 우리들의 몸도 떨리고 파리해진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것도 바라지 않은 것이 가장 좋다

바라는 게 없으면 실망도 없고 상실도 없다


이런 날 무념으로, 시간을 지우고, 바다 같은 대상과 마주해 보는 게다

바다는 아무 말을 하지 않을 지라도 포용의 지혜를 보여준다

그러면 세상이 열리고 너그러워지고 벗어나고 날고 그리워질 수 있을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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