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감나무

by 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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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한 풍경이다

저곳에 지난 시간들은 파란 잎이 달리고

노란 꽃이 피고 빨간 열매가 달렸었다

이제 계절을 뛰어넘어 한가한

여유를 즐기면서 오는 해를 준비하고 있다

계절의 변화가 신기하고 오묘하다

따뜻한 바람이 불더니 잎이 나고 꽃이 피었다

따가운 햇살이 내려 쬐더니 잎이 손바닥 만하게 커졌다

꽃이 지고 그곳에 작은 열매가 달렸다

시원한 바람이 불더니 열매가 노랗게 물들었다

더러는 중력을 견디지 못해 땅으로 떨어지고

대다수는 바람이 거세도 가지에 붙어 있었다

차가운 바람이 불면서 열매도 가지와 이별할 준비를 하고

그 이별을 사람들이 도와줬다

사람들의 손이 닿지 않은 곳에 더러 몇 개가 놓여

새들의 밥이 되면서 씨앗은 더 멀리까지 날아갔다

이제 새들의 밤까지 놓아버린 오늘

잎들도 모두 지상으로 보내고 외로이 하늘을 바라보며

작은 눈을 키운다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는 날을 기리며

영혼의 나날들을 다듬는다

사람들도 그러한 듯하다

바라보는 나에겐 한가한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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