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추위를 힘들어 하지만 싫어하지는 않는다. 추위는 겨울을 겨울답게 만들기 때문이다. 다운 것이라면 의식적으로 좋게 바라보는 습관 같은 게 내게 있다. 무엇이든 <다운> 것은 인정을 하면서 충분히 존중한다는 말이다. 겨울이 겨울다운 것, 얼마나 바람직한 일이랴. 추위도 그 가운데 하나가 된다. 추위를 싫어할 이유가 없는 게다.
하지만 살갗을 스치는 바람은 예리한 풀잎에 버금간다. 살갗이 금방이라도 떨어져 나갈 것 같다. 무척 힘이 든다. 그래서 이들과 함께 하려면 완전무장을 하는 수밖에 없다. 내 완전무장의 모습에는 귀마개가 꼭 필요하다. 모자도 필요하다. 목도리도 필요하고, 마스크는 필수품이다. 장갑도 있어야 하고, 양말도 가능한 긴 것을 신는다. 더러 내의가 필요할 때가 있다. 그렇게 완전무장을 하고 밖으로 나서면 힘겨움이 조금은 상쇄된다. 하지만 움직임이 무척 둔하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이렇게 살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의지적으로 다운 것을 즐겨하면서 살아내는 것이 우리들에게 부과된 삶의 양식 아니랴. 오늘도 차가운 겨울 앞에 늠름하게 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