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비가 온다고 한다. 마음이 많이 씻겨져 나갈 것으로 여겨진다. 그동안 얼마나 속들이 까맣게 되었을 것인가? 그 까맣게 변한 내면이 이 비로 깨끗하게 씻김을 입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꽃비 오는 계절을 바라보면서 환한 웃음을 날릴 수 있는 우리 모두가 되었으면 한다.
비가 오면 난 눈(雪) 앞의 멍멍이처럼
사리분별이 잘 안 된다.
마음이 그냥 하늘 가장자리에 공중 부양해 있고
어디 있는지도 잘 모른다
무엇을 애타게 찾지도 않고 그리워하지도 않는다
비가 오면 난 미꾸라지처럼
비를 타고 오른다
오늘은 비가 와도 조용하게 머물고자 한다. 길에 나가 추적거리는 마음을 만들지 말고 깨끗함을 그대로 유지해 하루를 만나고자 한다. 모든 상황은 내 마음이 만드는 것이다. 비도 하나의 핑계일 뿐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안다. 핑계를 핑계로 머물도록 하기 위해 내가 해야 할 일은 백합꽃 그려진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