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글

by 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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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깊은 밤이다. 하루 중 가장 어둠이 짙은 시간이다. 삼라만상이 잠들어 있는데 홀로 깨어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아득하고 아련하다. 그런 시간이다.

어제 초저녁에 잠자리에 들었던 모양이다. 그것이 새벽 1시쯤 눈을 뜨게 만들었고, 지금 이렇게 눈을 멀뚱 거리며 앉아 있게 한 모양이다. 지금까지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책을 읽었다. 모처럼 서평단 책이 한 권 와서 그것을 읽었다. 그리고 서평을 써보려고 시도도 해보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지금 이렇게 언어를 잡고 있을 수 있는 것도 그런 시간의 흐름이 연유다.


가끔씩 이렇게 글을 쓰면서 <왜 이렇게 글을 쓰나?> <무슨 가치가 있다고.> <언젠가 그랬던 것처럼 불쏘시개가 될 수도 있는 언어들인데.> 등의 생각도 떠오른다 하지만 글을 쓰고 있다. 왜냐? 스스로 즐겁기 때문이다. 누가 읽어주지 않더라도 스스로 만족하기 때문이다. 스스로 정리가 되기 때문이다. 스스로의 기록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나의 이야기를 계속해서 쓴다. 이 공간을 통해서 다른 공간을 통해서 쓴다. 아마 이 작업은 생애가 다하는 날까지 놓지 못할 일이 아닌가 여겨진다.


새벽 이 고요한 밤, 책이 없으면 이러한 나의 언어가 없으면 어떻게 보낼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이렇게 고요와 친하게 보내면서도 고요을 잊을 수 있는 것도 책과 글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스스로의 기억 속에 침몰할 것인데. 그러면 원초적인 아픔까지 동반되어 스스로를 괴롭게 할 수도 있는데. 이 새벽 책과 글이 있어 나는 오늘도 이렇게 기억되는 삶이 되고 있다.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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