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온라인 개학
올해 처음으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먹었다. 오전 근무(아침밥, 설거지, 청소, 화장실 청소, 애들 공부, 첫째 온라인 개학, 점심밥, 설거지...)를 마치고 밖에 나와보니 날씨가 더웠다. 막내는 이만큼 와서, 더워서 속에 입은 긴팔을 벗어야 겠다며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그전에는 축구화를 갈아신어야 겠다고 이미 한번 돌아들어갔다 나왔다. 그래서 나는 더 더웠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막내를 데리고 둘째 피아노 마치기를 기다리고 섰는데, 더웠다. 계절이 바뀌었네. 애들은 학교도 안 가고 집에서 저렇게 또아리를 틀고 앉았는데 시간은 흐르고 봄이다 못해 더워졌다. 휴직이 이렇게 지나가니, 마음이 조급해진다.
첫째는 온라인 개학을 했다. 동영상 몇개 보고, 11:30에 화상 회의 앱으로 선생님과 친구들 얼굴을 봤다. 채팅창에 출석했습니다, 라고 글을 남겼다. 하고 싶은 말이 있어 손을 들려면 손바닥 모양의 버튼을 클릭했다. 나도 신기해서 입을 벌리고 봤다. 물론 카메라에 안 찍히는 각도에서. 이렇게 한 시대가 지나가나보다. 옛날 사람이 되는구나. 할머니 어릴 때는 말이다 학교라는 곳에 매일 나갔단다. 한반에 60명 넘게 앉아있기도 했어. 할머니자리는 쓰레기통 바로 옆이었는데....
재밌는 건 별난 애들은 온라인 수업해도 별나단 사실이었다. 어떤 친구는 채팅창에 "4.15 총선. 이낙연이 황교안을 이겼다. 아아아ㅏㅏㅏ." 등의 글을 쳤다. 모범생 아이들은 카메라 앞에서도 호기심 가득한 눈은 반짝거렸다. 교실에서도 똑같겠지. 온라인 수업에서 애들을 어떻게 통제하고, 최소한의 환경을 갖춰주어야 할지는 문제다. 나는 무슨 선견지명인지 용케 중고 노트북을 얼마전에 장만했었지만. 애들 학교도 안 갔는데 급식비 남는 걸로 노트북이나 한개 씩 줬으면 좋겠다. 아니면 고기 한근씩이라도. 그러고보니 이제 또 밥할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