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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수토 Dec 29. 2021

강아지들

파리 서쪽으로 여행을 갔다. 생 말로란 도시에서 해변을 따라 성벽을 위를 걷는데 바닷가에 강아지들이 내려다 보였다. 흰색 검은색 황토색이 섞인 콜리 종류의 큰 개 두 마리였다. 걔들은 해변을 저들끼리 겅중겅중 뛰다가, 주인아저씨가 빨간색 공을 꺼내자 신이 났다. 아저씨가 공을 던지자 다다다다 공을 향해 달렸고 더 빠른 한 마리가 공을 물어왔다. 아저씨가 공을 다시 던지자 아까 걔가 또 물어왔다. 또 던지자 또 걔가 잡았다. 그다음에도 또. 못 잡은 개는 열심히 뛰었으나 계속 한발 늦었다.


빠른 개는 성질도 급했다. 주인아저씨가 던지려는 시늉을 하자 벌써 저만치 뛰어갔다. 아저씨는 그걸 노려서 빠른 개가 뛰어간 틈을 타 반대 방향으로 던졌다. 느린 개에게 유리하게 해 주려는 것이었다. 느린 개는 신나서 공을 향해 뛰었으나 못 잡고 덤벙거렸고 결국 또 빠른 개가 잡았다. 아..


나는 둘째랑 같이 계속 서서 지켜봤다. 느린 개가 공을 잡을 때까지 갈 수가 없었다. 우리 마음처럼, 느린 개에게 공을 주려는 아저씨의 노력은 계속되었다. 결국 한번, 빠른 개가 공은 놓친 공을 느린 개가 한번 주워 물었다. 그제야 나와 둘째는 발걸음을 뗄 수 있었다. 둘째가 말했다.

- 나랑 율이 같다. 그치.


나는 후련했다. 차마 아들들을 보고 개 같다고 할 수가 없어서 말을 못 하고 있었다. 그런데 해변에 나의 사랑하는 아들 둘을 풀어놓으면 너무 개와 같다. 간혹 술래잡기라도 하면 그나마 체계적인데, 보통은 그런 약속도 없이 괜히 뛰어다니다 서로 치고받고 엉겨서 낄낄거리며 모래 위를 뒹군다. 그럼 주인과 함께 바다를 방문한 개들이 쟤들 참 재미있게 노네, 하는 얼굴로 내 아들들을 쳐다본다. 공을 던지면 분명히 둘째가 다다다다 달려가 잡아오고 막내는 그 공을, 혹은 둘째를 따라다닐 것이다  


프랑스에는 아이들보다 개가 많은 듯하다. 개나 애나 비슷한 지위에 있는 듯도 하다. 여행지에도 개를 데리고 온다. 개에게 여행이란 무엇일까. 아이들에게 여행이란 무엇일까. 차에 타라 해서 탔고, 어딘가 오래가야 했고. 마침내 내리라고 해서 내리니까 넓은 곳이라 좋고. 냄새가 달라서 좋고. 과자를 먹어서 좋고. 레스토랑에 가면 앉아야 하니 싫지만 그래도 집보다는 좋고. 다만 지루한 박물관은 가지 않았으면. 사진 찍는다고 놀이를 방해하지 않았으면. 그냥 저 바다에서 공 던지나 했으면. 여기가 그 어디더라도 엄청 신날텐데. 생 말로든 무창포든 상관없이. 엄청 신날텐데.


아이들은  전혀 보고 듣는  같지 않지만 어찌 됐든 여행을 좋아한다. 돌아오는 길에 아이들은 ‘시장에 가면놀이를 하며 연신 낄낄 댔다. 남편이랑 쟤들은 나중에 자기들이 어디 갔는지 기억도 못할  같다는 얘기를 했다. 그저 바다에서  것만 생각나겠지. 그럼에도 즐거운  부러워서, 나에게도 시간이나 공간과 상관없이 열광할  있는 그런 빨간 공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그런  없어서, 아니면 영영 잃어버려서, 다른 사람들이 감동했다고들 하는 풍경이나 둘러보다 사진 찍고 기념품이나 사고 그러는 것일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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