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 <이처럼 사소한 것들> -클레어 키건
이처럼 사소한 것들이 엮이어있다. 생활의 무게와 일상의 관성 속에서 우리는 그런 사소한 것들, 어쩌면 나를 이루게 만드는 큰 힘을 잊고 살아간다. 빌 펄롱은 그 사소한 것들의 간지럽힘을 듣기 시작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일요일 저녁, 사랑하는 아내와 딸들이 분주한 가정의 안락 속에서 다음날 일에 골몰하는 대신 어린 시절을 떠올린 것이다.
펄롱은 아빠를 모른 채 자랐고 12살에 엄마의 죽음을 맞이했다. 그러나 미시즈 윌슨 부인의 보살핌과 지원 덕에 지금까지 잘 살아올 수 있었다. 어린 시절 아빠가 너무도 궁금했던 펄롱은 산타에게 편지를 쓴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아빠나 지그소 퍼즐을 받고 싶다고 했지만 둘 다 받지 못한다. 대신 윌슨 부인으로부터 낡은 책과 그 집에서 일하던 일꾼 네드가 선물한 보온 물주머니를 받게 된다. 어린 펄롱은 깊은 실망과 슬픔을 느낀다. 그러나 사소하고 보잘것없어 보였던 책은 이듬해 맞춤법 대회 1등이라는 소중한 성취를 주었고, 물주머니는 밤마다 따뜻한 온기를 안겨주었다.
누구나 그런 사소함을 받아 본 적이 있지 않을까. 너무나 사소해서 모르고 지나치기 쉽지만 그런 것들은 우리의 마음을 조금씩 성장시킨다.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인생을 바꾸는 일이 되기도 한다. 펄롱의 경우 미시즈 윌슨의 호의는 단순한 성장을 넘어 그의 생존이자 그의 인생을 엮어준 힘이었다. 비가 오는 날 땔감을 주으러 나와있는 아이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차에 태워 잔돈을 쥐어주는 펄롱의 친절은 그의 인생에 걸쳐 받은 사소한 것들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이 책의 결말은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일처럼 느껴진다. 바다라는 목적지가 정해진 강물이 부러운 펄롱. 그리고 그를 닮은 우리는 강물처럼 한 방향으로 힘차게 나아가지 못하고 망설이거나 일상을 돌며 불안을 호소하곤 한다. 그 불안은 아마 불행의 그림자를 차단하기 위한 몸부림에 가까울 것이다. 반면, 우리 인생에서 만나게 되는 불행과 아픔은 저주를 받은 배로강처럼 검은 물결로 흘러온다. 강의 시작처럼 그것의 시작 역시 어쩌면 사소했을지도 모르겠다. 작은 악행, 작은 거짓말, 작은 침묵, 작은 외면, 작은 불안,...
우리를 가르고 있는 것이 그런 사소함이라는 것을 안다면, 우리는 그것 이상의 큰 힘을 가지고 있다. ‘가슴속에 새롭고 새삼스럽고 뭔지 모를 기쁨.’ 누군가의 ‘가장 좋은 부분이 빛을 내며 밖으로 나오는 것’처럼 벅찬 순간이 찾아온다면. 누군가를 위한 사소한 것들은 더 이상 사소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