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미워하지는 않아 #2

<어느 겨울의 이야기>

by Jei




선원은 매우 독특한 외관을 하고 있다. 깊은 산골 주변이 온통 푸른 자연이라 더욱 그 모습이 뚜렷이 드러난다.


붉은 벽돌로 지어진 직사각형 건물들이 길을 만들며 군집되어 있다. 인도의 수닷타 장자가 제타 태자의 숲에 붓다를 위해 지은 사원 기원정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 했다고 한다.


이름은 외로운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나누어 주는 장자의 동산으로 번역되기도 한다고 한다. 붓다가 가장 오랜 기간 머물며 설법을 펼친 장소로 알려져 있다.


선원장스님은 출가 배경에 대한 세간의 관심 때문에 나 역시 이름을 들어보기는 했지만 그 유명세 뒤 스님의 가르침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스님은 불교의 근원인 초기불교에 기반하여 불교의 가장 기본이되는 교리 사성제를 바탕으로 수행법을 지도하고 있었다.


‘사성제는 괴로움과 괴로움의 소멸에 대한 진리의 가르침’으로 간추릴 수 있다. 수행이란 단순히 앉아서 마음을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의 구조를 사성제를 기준점으로 삼아 “이해하고 내려놓기”라고 설명하셨다.




이곳에서 지내며 건물뿐 아니라 선원의 내부 시스템 역시 혁명적이라고 생각되었다. 우선 비구와 비구니스님이 함께 소임을 맡고 있었다.


처음 도착해서 총무스님을 만났는데 비구니스님이라 신기하게 생각했었다. 선원장스님의 가르침을 배우기 위해 소임을 나누어 맡고 있다한다.


또 곧 수계식을 앞둔 행자님 또한 나처럼 환속과정을 밟고 재출가를 하였다고 했다. 그리고 그런 과거를 숨길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지난 시간으로 ‘쭈구리 방탱이’가 되어있었던 나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동안 환속 과정 때도 그랬고 두 번째 출가를 했을 때 역시 과거를 비밀로 지켜야만 한다고 들어왔다.


이곳에서는 무엇보다 긴말을 못 드려도 첫 은사스님과의 관계가 잘못되었다는 걸 이해하였다. 비구니 세계에서 빈번히 일어나는 일이라고 했다.


오히려 어떻게 무 대가로 일을 했냐며 농담을 던졌다. 출가 목적이 수단이 아니라 수행이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행자님과 친분을 쌓으며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스님이 되기 위해 종단 교육에 참여하게 되는데 그때 낯이 익은 얼굴을 만나게 된다고 했다.


재 출가를 한 사람들끼리 서로 눈빛을 주고받으며 미소 짓는다고 한다. 그리고 더 여유로운 마음을 가지고 교육을 마칠 수 있다.


선원에서 역시 운력을 할 때 내가 출가자였다는데 더욱 반가워했다. 절집 문화를 알기 때문에 같이 일하기 수월하다고 말씀해주셨다.


무엇보다 타인을 함부로 가르치려 드는 태도가 기본이 되지 않아 편했다. 누구나 세월을 통해 배우게 되는 세상에 대한 이해를 신뢰를 바탕으로 서로에게 조심스러웠다.




삶이 너무 힘들어지면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당연할지도 모른다. 나는 출가를 하여서 자신의 과거에대해 떳떳하지 못하게 된 것이나 사회에 돌아가게 되더라도 출가 실패를 딛고 일어서야 하는 부담감에 숨을 쉬고 있는 많은 순간이 가혹하게 느껴졌다.


행자님과 주방장님과 또, 삶에 불현듯 찾아온 친구와 우정을 맺으며 인간 사이의 따뜻한 감정들을 다시금 느끼기 시작했다. 마르셀 뒤샹의 묘비에는 “게다가 죽는 것은 언제나 타인들이야.”라고 남겨져 있다고 한다.


나는 상처 난 마음이 치유되는 만큼 지난 악연들이 마음에서 증발하는걸 느꼈다. 대신에 삶에 가르침을 주고 전환점을 만들어준 인연으로 기억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