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겨울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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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마다 요가에 기본이 되는 태양경배자세로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 적어도 10세트는 해야지 마음먹지만 1세트가 끝날 때마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해도 괜찮지 않을까?’라며 끊임없는 내적 갈등에 휩싸인다.
학교를 다닐 때 다이어트를 하겠다고 마음먹으면 감자 몇알로 버티며 참 독하게 살도 빼보고 그랬는데. 악착 같은 마음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그나마 가끔 엄마랑 같이 하게 되면 갈등이 좀 덜하긴 하다. 이런 것에서도 엄마는 한 번 마음 먹으면 강인하게 해내려고 한다.
다시 혼자가 되어, 그럼 혼자 5세트만이라도 꼭 해야지라고 기준을 낮추어 본다. 그런 조정들 사이에서 문득 무엇보다 자신과의 싸움이 가장 어렵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법구경>에서 나오는, 어느새 관용구가 되어 널리 쓰이고 있는 ‘무소의 뿔처럼 혼자 가라’는 말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외로운 터널을 통과하며 이제 절대 혼자가 되지 않겠다고 독기 품은 결심을 했지만 역시나 그것은 불가능하다는 걸 느끼기 때문이다.
홀로서기란 꼭 산골에서 혼자서 살 때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나는 때때로 아무 말 하고 싶지 않지만 혼자가 되기 싫어 책에 집중하는 척하며 사람 곁에 머물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찾아오는 고독에 무감각해질 수는 없었다.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어도 소통하지 못할 때 더더욱 외로움이 깊이 사무쳐온다.
나는 자신에게 정직하게 살아 보겠다고 생각했다. 부지런하고, 성실하고, 열정적인 사람이 되어보겠다는 다짐은 아니다.
보다는 자신에게도 조건 없는 사랑을 쏟기 위해 노력하는 관대한 자세에 대한 것이다. 외로운 날 버스 정류장을 맴돌거나 늦은 밤 출출해져 먹는 라면에 자책하지 않고 그런 날 역시 당연하다고 받아들여야 한다.
나는 비 오는 날은 당연히 집에 머물러야만 한다고 생각해 산책하지 못하는 게 우울했는데 새로운 친구가 우비를 입으면 된다고 말해주었다. 아니 그걸 왜 생각 못 했지! 게다가 엉엉 울면서 걸어도 내리는 비가 모든 걸 숨겨준다고…
그동안 어디로부터 나의 암흑이 드리워졌는지 알 것 같다. 언젠가 우비를 걸치고 비 오는 숲을 가로질러 보고 싶다.
그래서 말인데 더이상 내가 받은 사랑 만큼 이루어낸 것이 없다고 자신을 부정하지 않으려고 한다. 하지만 욕심을 부리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면 잠깐 멈추고 생각해 본다.
내가 이기적이라고 말한다면 나는 인간답게 살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하고 싶다. 조금 다르지만 나 또한 다른 사람들에게 이로운 삶을 실천하려고 나름의 애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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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그대들 자신의 사랑만을 위해 불태우고 있는 그 불은 그대들의 소유입니다. 뿐만 아니라 그것은 세상과 인류의 것이며, 그대들의 그 불이 한 줌 재로서 결실을 맺는다면 언젠가 고통 속에서 벅찬 기쁨을 느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다만 사랑하는 마음으로> 헤르만 헤세, 서지혜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