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겨울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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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언제나 따뜻한 것이 아니라는 걸 어른이 된 우리 대부분은 경험적으로 이해하고 있다. 우리의 무지는 종종 의도와는 달리 쉽게 서로를 향한 마음을 폭력적으로 만들어 버리고 말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수많은 관계 속에서 비교와 억압 또한 사랑으로 경험했지만, 공감과 연민의 사랑이 줄 수 있는 위로와 풍요가 되지는 않았다. 내 안의 공허가 이 일기장을 채웠다.
지난 일 년이 아마 내가 겪을 수 있는 가장 큰 고통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섬뜩하게도 나는 일기를 쓰며 다시 돌아가고 싶은 순간들을 기억했다. 조금 더 성숙한 이별을 하였다면 좋았을 텐데... 글은 내 안의 고통을 달래고 그것을 삶의 에너지로 바꾸는 데 도움이 되었다.
나에게는 굳이 밝히지 않아도 미련이 남지 않을 만큼 충만했던 순간 또한 있었다. “언제 세상에서 가장 행복했어?”라는 질문에 “지금!”이라고 대답했던 저녁 산책길, 태어나서 가장 처음 말 한 진심이라고 생각한다. 갓난아기의 옹알이 보다도 더욱더,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느끼는 그대로 뱉은 말이었다.
그 시절을 다 잊었다고 생각하지만 이따금 꿈을 꾸면 여전히 가슴이 저미고 쓰라리고 찢어지는 기분이 든다. 아름다운 순간은 그렇게 내 가슴 속에서 영원히 아름답게 남겨져 있다.
그 기억 덕분에 나는 섬세하고 다정하게, 때론 수다스럽기도 하고 경청할 줄 알아 같이 밥을 먹고 빗소리를 들으며 침묵을 나눌 수 있는 사이를 그리워할 수 있다. 세상에서 그렇게 서툴고 이기적인 서로를 다그치지 않는 관계 역시 가능하다는 걸 배웠기 때문이다.
그럼 우리는 자주 멍청해지고 어린아이인 채 세상의 보편적인 어른이 되지 않아도 쉽게 불안해지지 않는다. 서로에 대한 신뢰는 기다림으로 때론 불안해 하게하기도 하지만 기다림을 통해 서로를 배려하는 법을 배우게 한다.
서로에 대한 마음 이전에 태도가 사랑이자 평화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는 우리의 관계를 가능한 선하고 아름답게 만들고자 노력해야 한다.
그렇게 우리는 불완전하지만 서로를 보듬을 때 완전한 존재가 된다는 말... 헤르만 헤세의 ‘사랑하는 사람은 행복하다’는 말을 나는 이제 예전과는 조금 다르게 이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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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소리
고양이의 뎁혀진 몸에 손을 얹었다가 우연히 손바닥 안에서 두근거리는 심장 박동을 느끼게 되었다. 손바닥 보다 작은 심장에서 들려오는 선명한 소리는 순간 뒷골이 오싹해질만큼 공포감을 주었다.
내 가슴에는 손을 얹고 잠시 가만히 있어보아도 심장 박동을 그만큼 선명히 느낄 수가 없었다. 그런데 고양이의 심장 소리는 한 순간의 힘으로 부서져 버릴 수 있을만큼 아주 가까이에 있었다. 나는 고양이를 조심스러운 손길로 쓰다듬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