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 가까이서 바라보기
신문을 읽고, 드라마를 보고, 오후의 수다 중심에는 이야기가 있다. 예술 또한 우리에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것이 생활에서 보다 좀 더 복잡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역사적으로 쌓아온 이론을 바탕으로 우리에게 해석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란시스 엘리스(Francis Alÿs)의 작품을 마주하면 나는 가장 먼저 마치 무구한 전쟁과 무의미한 평화를 보고 있는 것처럼 세상의 공허함과 유년 시절의 따뜻함을 느낀다. 그는 이 시각 이미지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일까?
The Menil Collection에서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전시된 <The Fabiola Project>에 대하여 살펴보자. 작가는 1990년대부터 세계를 다니며 4세기 로마의 성인 Fabiola의 분실된 초상화 복제본을 수집해 자신만의 컬렉션을 만들기 시작했다. 인터뷰에서 그는 개인적인 호기심과 취미로부터 비롯되었다고 이 프로젝트에 대해 입을 연다.
(참고: 인터뷰- https://youtu.be/wlgMKaYN3j0 / 전시 안내 번역- https://blog.naver.com/art88text/222090007251)
멕시코시티에 이사를 하여 그곳의 수공예 문화와 그에 비해 터무니없이 저렴한 가격을 접하고 프로젝트의 뼈대를 구상하였고, 그러던 중 만나게 된 것이 Fabiola이다. Fabiola는 4세기 로마에서 결혼 후 학대를 받고 이혼, 재혼한 두 번째 남편은 사망하고 그 뒤 기독교로 개종하여 가지고 있는 유산으로 병원을 세워 자선 활동을 하였다. 후세대에 그녀에 대한 책이 쓰이며 성인으로 추모 되어 널리 알려졌고 Jean-Jacques Henne가 초상화를 남겨졌다.
이 초상화는 현재 (아마도 샌프로시스코 지진으로) 분실되어 이류 화가의 복제본으로만 만날 수 있게 되면서 Fabiola에대한 신비와 성자로 추앙받게 된 그녀를 추적해나가는데 로맨스가 더해졌다.
Alÿs의 전시는 개괄적으로 이러한 복제본을 수집하고 한데 모아 인류학적인 관점에서 그녀가 왜, 어떻게 추앙받게 되었는지에 대하여 생각해보게 하며, 또 이류 화가의 복제본을 수집한 것이 전시됨으로써 미술관과 작가와의 관계가 무엇인지, 나아가 현대미술로서 배제되고 있는 종교미술의 가능성까지 이야기한다.
또한 이론적인 접근 넘어서 역서 의미를 찾아볼 수 있다. 반복된 그림 속에서 가까이 다가가 더 오래 관심을 기울일수록 더 많은 다양성을 발견하게 된다. 이러한 점은 Francis Alÿs 작품 전반이 되새기는 메마른 일상의 모순적 아름다움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