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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i Nov 05. 2020

카푸치노 만드는 사람들

따뜻한 밥 한 끼



어느새 커피 공부를 함께 했던 사람들과 마지막 인사를 한다. 우리는 카푸치노를 완벽하게 만들기 위해 함께 시간을 보냈는데, 잠시 만나는 동안 만큼은 아이처럼 웃기면 웃고, 잘 안된다고 짜증을 내고 그렇게 정중하되 의도하지 않는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사이가 되었다.



카푸치노를 만들려면 우선 라떼는 우유의 고소한 맛이 좋은 한 잔이라면 카푸치노는 커피의 진한 맛과 부드럽고 풍부한 우유 거품이 잘 어우러진 커피라는 걸 알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에스프레소 머신에서 예열된 150~200ml의 카푸치노 잔에 커피를 추출해 준비한다. 여기까지는 그리 어렵지 않다.


이제 머신 옆에 달린 스팀기로 우유에 카푸치노를 위한 스티밍을 해야 한다. 차가운 피처에 우유를 2/3 정도 담고 밸브를 한 번 열었다 닫아 물기가 남아있지 않는 스팀 노즐을 우유 표면에 찰랑하게 잠기도록 담근다. 그리고 5-6번 정도 서서히 피처를 낮추며 공기를 넣어 거품을 만들고 마지막으로 회오리가 돌도록 각도를 주어 우유 거품을 자잘하게 깨주는 동시에 우유를 뎁힌다.

그리고 탕탕 여러 번 바닥에 두드리고 회전을 시키며 예열한 다른 피처에 옮겨 담아 최대한 끈적하고 쫀득하게, 찰떡만큼 응집력이 좋은 “벨벳” 우유 거품을 만들어야 한다. 우유의 맛이 더 담백해지고 목 넘김이 부드러워지는 마법의 시간이다. 이제부터 커피와 우유 온도가 내려가지 않고 우유 거품이 굳지 않도록 더욱 서두르는 것 또한 중요하다.

또 눈이 더욱더 기쁘게 황갈색 층이 예쁘게 살아나는 비법은 추출한 커피를 잔 안에서 한 바퀴 돌려 벽면에 고루 커피가 묻도록 하는 것. 왼손에 커피를 한 바퀴 돌려준 잔을 기울여 들고 오른손에 피처를 높이 들어 빠르게 거리를 좁혀주며 커피의 중앙에 우유부터 과감하게 떨어뜨리기 시작한다. 동시에 커피와 색이 섞이는 것을 보고 있다가 피처의 뾰족한 주둥이를 다시 들고, 잔의 각도는 세워주며, 거품이 선명하게 정중앙에 위치하도록!




5분도 안 되는 과정인데 말로 설명하려니 복잡해지기만 한다. 설명만으로 이해하기 힘들고 또 몇 번 해본다고 되는 일도 아니었다. 언어 밖의 내 것이 되도록 계속 반복하고 관심을 쏟아야 한다. 그럼 그 맛이 정말 섬세히 달라지는 걸 확인 할 수 있다.


길어야 반 시간도 안 되 비워질 워낙 작은 잔 한잔을 위한 정성이라 그 뭐 대수로울 것 있을까 싶지만, 그것을 위해 경험하고 영혼을 태우며 더욱 맛을 제대로 느껴보고 싶은 사람들이 있었다.







“맛이 균형적이며 적당한 크레마로 바디감이 좋은 에스프레소”
“진한 바디감의 에스프레소와 부드럽고 풍부한 우유거품이 잘 어우러진 카푸치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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