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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i Nov 06. 2020

아름다움과 위대함의 비밀

따뜻한 밥 한 끼



아주 당연하게 여겨지던 것에 새삼 새로운 경험을 하고 아주 당혹스러워지기도 한다. 당연한 그것을 내가 이리 모르고 있었다는데 순간 놀랐다가 이내 부끄러워지고 숙연해지고 삶에 대한 어떤 새로운 태도가 생기기도 한다.



찬 바람이 부는 어느 오후에 나누어 마신 차 한 잔이었다. 한국의 전통과 근대가 공존하던 시기 건축된 가옥으로 초대를 받아 따뜻한 차 한잔을 대접받았다. 내가 받은 첫인상은 절제된 기교가 세련돼 보이는 공간으로부터 생겼다. 그곳에 머무는 그 자체만으로 고풍스러워질 수 있을 것 같았다.



대화는 사적이지 않아도 되었고, 그 여백 속에서 눈을 마주치고 웃을 수 있었다. 과장이 없어 티가 나지 않지만 그래서 더욱더 사소하고 예민한 배려에 숙련되어있는 게 느껴졌다. 이 상냥함은 타고난 것일까 노력된 것일까? 가지고 있는 성품 덕분에 길러오게 된 실력이라고 생각한다.



돌아보면 아무 얘기를 하지 않은 것 같은데 비밀을 털어놓고 받는 안도감 같은 걸 느꼈다. 그곳에서는 함부로 하는 판단과 가벼운 조언이란 아주 구시대적 유물로 보였다. 덕분에 자신감 없는 자신에 대한 죄송스러운 마음은 들었을지 몰라도 평범하지 않다고 생각되는 지난 과거는 괜찮았다.



헤어진 뒤에도 정확히 명명되지 않는 기쁨이 함께했다. 그것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는데 인간의 따뜻한 온기란 것이 이렇게도 전달될 수 있는 것이었다. 사뿐히 그러나 경쾌하게 누군가에게 세상에 대한 희망을 줄 수 있는 이런 방법도 있구나…



앞으로 내가 세상에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일은 일종의 예의를 갖춘 사람이 되는 것, 그것 역시 어떤 존재의 도리라는 인상을 받았다. 나에게서 나오는 모든 것이 나의 것이라는 것을 안다는 것은 무릎을 꿇고 자기 자신에 한 발짝 더 가까이 가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적는다. 그리고 이것으로 어떤 호소의 필요성은 느끼지 않는다. 다만 사랑해야만 할 뿐이다.



헤세의 말처럼, “좀 더 아름다움과 위대함의 비밀에 접근”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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