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밥 한 끼
유학 생활 마지막 해에 돈도 벌고 싶었고 궁금한 마음에 한인타운에 한 식당에서 6개월 정도 주말마다 아르바이트를 해본 적이 있다. 사실 첫 아르바이트라 무지 긴장을 했었는데, 주인이 무관심한 작은 식당이라 식당 식구들 모두 친구처럼 편안하게 지냈었다.
중국에서 귀화한 조선족 찬모님과 주방장님, 북한에서 귀화한 설거지 담당 아저씨, 밀양이 고향인 어학연수를 왔던 동갑내기 친구, 나와 같은 전공 공부를 막 시작한 동생과 그 친구의 남자친구, 그리고 십 년간 유학 생활을 하며 그림 공부를 하던 나…
이렇게만 보면 좀처럼 그 당시에 그림이 잘 안 그려지지만 식당을 오픈하기 삼십 분 전에 한 식탁에 둘러앉아 나누어 먹던 밥상을 머릿속에 그려 보면 그때 그 시간이 그리워진다.
우리가 화목하게 지낼 수 있었던 건 찬모님과 주방장님이 식당 주인 대신 모든 살림을 도맡아 하며 아르바이트생들에게 한식 밥상을 알뜰하게 챙겨주었던 게 가장 큰 역할을 했던 것 같다. 매일 대충 인스턴트 음식들을 먹고 다니던 때라 윤기가 좔좔 흐르던 쌀밥은 당연하고, 칼칼한 찌개에 반찬 3~4가지가 기본으로 깔리는 식당 밥 때문에 일을 하는 주말이 기다려지기까지 했었다.
그 이후로 연락은 하지 않고 지내지만, 음력 설에 나누어 가졌던 양말을 아직 신고 있어서 종종 떠올리고는 한다. 오늘은 양말 끝이 너덜너덜해진 걸 보고 그만 신어야겠다고 하며 그때 그 시간을 떠올려 보았다.
이제 양말은 정리해 버렸지만, 이 기록을 들출 때마다 그때 너무나도 달랐던 우리가 식탁에 둘러앉아 서로의 안부를 묻고 함께 밥을 나누어 먹었던 따뜻했던 시간을 다시 떠올려 보게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