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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i Nov 21. 2020

눈으로 이해하는 사랑과 헌신의 개념

Wolfgang Laib



꽃가루를 모으고 있는 Wolfgag Laib
꽃가루가 담긴 병, 2003





Wolfgang Laib는 독일에서 태어나 가족과 함께 아프가니스탄, 인도, 이란, 터키에서 유년기를 보냈다. 대학에서 의학을 공부했지만 물질에 대해 연구하는 것 보다 정신적인 것에서 의미를 발견하는 일에 몰두하게 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의 초창기 작품은 이른 봄부터 여름까지 꽃에서 화분을 모으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민들레, 장미, 헤이즐넛 나무, 솔 나무… 작업실과 집 주변의 야생화에서 조심스럽게 붓으로 꽃가루를 모아 병에 담았다. 그리고 가을과 겨울 동안에는 작업실에 틀어박혀 그동안 경험을 통해 이해하게 된 재료를 또 다른 형태로 발전시켰다.



이후 우유, 쌀, 밀랍과 같은 재료로 작업 영역을 확장 시키지만 조수를 쓰지 않고 자신이 직접 작업에 참여하는 데 의미를 부여한다. Brenton Good가 <Image>에 기고한 평론에 따르면 Laib는 시대의 속도를 거슬러 “느리게” 진행되는 작업 과정으로 그의 독특한 목소리를 구현하고 있다. (https://imagejournal.org/article/still-points/)





헤이즐넛 나무에서 모은 꽃가루를 전시장에서 사용하고 있다, 2013





전시장에는 완성된 조각품 외에도 일련의 과정을 보여주는 퍼포먼스와 사진이 함께 전시됨으로써 작품의 과정을 이해하고 지켜보도록 유도한다. 그 예로 <Pollen> 시리즈에서 조심스럽지만 확신에 찬 모습으로 꽃가루를 바닥에 쌓는 일에 몰입하고 있는 작가를 만날 수 있다. 이러한 재료의 특징과 작가의 접근 방법으로부터 파생된 원시적이면서 동시에 섬세한 결과물은 삶의 덧없지만 거부할 수 없는 아름다운 성질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나는 작가가 곧 흩어져버릴, 쓸모없는 일에 진지하게 몰두하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며 어떤 감동과 위안을 느꼈다. 그 이유는 종교를 통해 배우게 되는 사랑과 헌신의 개념을 시각적으로 되짚어 보게 되어서 인지도 모른다.



아마도 무엇을 소유하거나 누리며 얻는 기쁨이 아니라 자신의 진심을 일으키는 방법으로 만족하는 삶에 관해 이야기 하는 게 아닐까? Laib는 Klaus Ottmann과의 인터뷰에서 예술은 자신에게 명상의 도구로써 영적 치유이자 자양물이 되는 초월적 매개체로 역할 해왔다고 설명했다.



Wolfgang Laib의 작품은 시작과 끝이 없는 과정 속에서 관람객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솔나무 꽃가루> 2003
<Unlimited Ocean> 2007 (쌀과 꽃가루를 재료로 한 설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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