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생각이 달라서 멀어진 게 아니었다 (113)

— 관계를 무너뜨리는 건 생각의 차이가 아니라 태도였다

by Jace

온라인에서 알게 된 사람과 꽤 오래 연락을 했다.


처음에는 단순했다.

관심사가 비슷했기 때문이다.


취미도 비슷했고, 일상에서 느끼는 감각도 비슷했다.

동년배라 인간적으로도 호감이 갔다.

SNS나 커뮤니티가 없던 시절이라면

아마 평생 만나지 못했을 사람이었을 것이다.


요즘은 그런 일이 낯설지 않다.

알고리즘은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을 연결해 준다.

댓글 하나가 인연이 되고, DM 하나가 대화의 시작이 된다. 오프라인이었다면 스쳐 지나갔을 누군가와 이제는 매일

같은 관심사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그러다 어느 날 사회 이슈 이야기가 나왔다.

그 사람의 말이 조금 낯설고 거칠게 느껴졌다.

생각이 다른 것이 문제는 아니었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른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다만 다른 생각을 대하는 방식이 조금 달랐다.


다른 의견을 향한 단정적인 말투, 상대를 이해하려 하기보다 먼저 규정해 버리는 태도.

그 순간 대화는 의견을 나누는 자리라기보다 서로 다른

선언이 부딪히는 장면처럼 느껴졌다.


온라인 관계에는 오프라인과 다른 특수성이 있다.


표정도 없고, 목소리 톤도 없다. 잠깐의 침묵도 없다.

오직 텍스트만 남는다.


그래서 같은 말이라도 더 날카롭게 읽힌다.

오프라인이라면 “오늘 좀 예민했나 보다” 하고

지나갈 수 있는 말도, 채팅창 안에서는 그대로 기록으로

남는다. 한번 박힌 인상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그래서 온라인에서는 오히려 더 신중한 언어가 필요하다.


그 이후로 연락은 조금씩 뜸해졌고,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문제는 생각의 차이 자체가 아니었다.

관계를 무너뜨리는 건 생각의 차이보다 태도였다.


생각이 달라도 서로를 존중하며 대화를 이어갈 수 있다면

관계는 충분히 지속될 수 있다. 오프라인에서든, 블로그 댓글창에서든, 오픈 카톡방에서든 말이다.


하지만 상대를 낮추거나 인간적인 존중이 사라지는 순간,

대화 자체가 어려워진다.

그때의 차이는 더 이상 존중해야 할 ‘다름’이라고 부르기 어렵다.


SNS는 새로운 관계의 세계를 만들어 냈다.
동시에 새로운 에티켓의 필요성도 함께 만들었다.


익명성 뒤에서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말을 하기도 하고,

짧은 문장을 솔직함이라고 착각하기도 한다.

다수가 동의하면 틀린 말도 맞는 것처럼 밀어붙이는 장면도 종종 보게 된다.


이런 환경 속에서 관계는 쉽게 시작되지만,

동시에 쉽게 무너진다.


새로운 공간에는 새로운 예의가 필요하다.


그래서 요즘 나의 인간관계 기준은 단순하다.
공통점은 즐기고, 다른 점은 존중하고,
충돌은 담담하게 정리한다.

오프라인이든 온라인이든, 팔로우 관계든 오래된 친구든 마찬가지다.


우리는 생각이 달라서 멀어진 것이 아니라,
서로의 생각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서
멀어졌는지도 모른다.


알고리즘은 취향이 맞는 사람을 연결해 줄 수는 있어도,

관계를 오래 지속하게 만드는 품격까지 대신해 주지는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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