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대찌개와 흑임자라떼 사이의 계절 (117)

by Jace

어제는 아침부터 찬기운이 돌았다.

겉옷을 한 겹 더 챙겨 나왔는데도

점심 공기는 여전히 쌀쌀했다.


봄이라고 하기엔 아직 차고,

겨울이라고 하기엔 어딘가 애매한 날씨.


점심 메뉴로 직원들과 함께

라면사리를 푸짐하게 넣은 뜨끈한 부대찌개를

한 냄비 시켰다.

얼큰한 국물 한 숟갈이 목을 타고 내려가는 순간만큼은

계절이 어디쯤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따뜻한 흑임자라테로 마무리하고 나니

몸의 한기가 조금씩 풀리는 느낌이었다.

요즘 날씨는 참 묘하다.

봄인가 싶다가도 겨울의 찬공기가 느껴진다.


일교차는 커지고

계절은 오락가락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그저 변덕스러운 날씨일지 모른다.


하지만 패션업계에서 일하는 사람에게는

꽤 중요한 문제다.


계절이 분명해야 옷이 팔린다.


추울 때는 확실히 춥고

따뜻할 때는 확실히 따뜻해야 한다.


그래야 시즌마다 준비한 옷들이

제때 고객의 손에 닿는다.


패션 산업은 생각보다 계절에 정직하다.

날씨가 한 달만 어긋나도 매장의 분위기는 달라진다.


코트를 팔아야 할 시기에 따뜻하면 옷이 움직이지 않고,

봄옷을 걸어두었는데 갑자기 추워지면 매장은 다시

겨울이 된다.


요즘은 이런 일이 점점 더 잦아지고 있다.


기후는 예측을 거부하고

소비 심리는 더 변덕스러워졌다.


거기에 최근 이란 전쟁 이슈까지 겹쳤다.


환율이 오를까,

운임이 오를까,

각종 비용 부담이 더 커지진 않을까.


패션 산업은 생각보다 세계와 가까이 연결되어 있다.

원단 가격도, 물류비도, 환율도

모두 옷 한 벌의 가격과 이어진다.


그래서 가끔은

점심 식사 자리에서도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뜨끈한 부대찌개 국물을 한 숟갈 떠먹으며

시장 이야기를 하고,

흑임자라떼를 마시며

환율 이야기를 한다.


어쩌면 패션업 종사자의 일상이란

이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어제 하루는

부대찌개 한 냄비와 흑임자라떼 한 잔 사이에서

잠시 따뜻했다.


불확실한 것들은

내일의 나에게 잠시 맡겨두기로 했다.


오늘은 또

어떤 계절이 올지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