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아침부터 찬기운이 돌았다.
겉옷을 한 겹 더 챙겨 나왔는데도
점심 공기는 여전히 쌀쌀했다.
봄이라고 하기엔 아직 차고,
겨울이라고 하기엔 어딘가 애매한 날씨.
점심 메뉴로 직원들과 함께
라면사리를 푸짐하게 넣은 뜨끈한 부대찌개를
한 냄비 시켰다.
얼큰한 국물 한 숟갈이 목을 타고 내려가는 순간만큼은
계절이 어디쯤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따뜻한 흑임자라테로 마무리하고 나니
몸의 한기가 조금씩 풀리는 느낌이었다.
요즘 날씨는 참 묘하다.
봄인가 싶다가도 겨울의 찬공기가 느껴진다.
일교차는 커지고
계절은 오락가락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그저 변덕스러운 날씨일지 모른다.
하지만 패션업계에서 일하는 사람에게는
꽤 중요한 문제다.
계절이 분명해야 옷이 팔린다.
추울 때는 확실히 춥고
따뜻할 때는 확실히 따뜻해야 한다.
그래야 시즌마다 준비한 옷들이
제때 고객의 손에 닿는다.
패션 산업은 생각보다 계절에 정직하다.
날씨가 한 달만 어긋나도 매장의 분위기는 달라진다.
코트를 팔아야 할 시기에 따뜻하면 옷이 움직이지 않고,
봄옷을 걸어두었는데 갑자기 추워지면 매장은 다시
겨울이 된다.
요즘은 이런 일이 점점 더 잦아지고 있다.
기후는 예측을 거부하고
소비 심리는 더 변덕스러워졌다.
거기에 최근 이란 전쟁 이슈까지 겹쳤다.
환율이 오를까,
운임이 오를까,
각종 비용 부담이 더 커지진 않을까.
패션 산업은 생각보다 세계와 가까이 연결되어 있다.
원단 가격도, 물류비도, 환율도
모두 옷 한 벌의 가격과 이어진다.
그래서 가끔은
점심 식사 자리에서도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뜨끈한 부대찌개 국물을 한 숟갈 떠먹으며
시장 이야기를 하고,
흑임자라떼를 마시며
환율 이야기를 한다.
어쩌면 패션업 종사자의 일상이란
이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어제 하루는
부대찌개 한 냄비와 흑임자라떼 한 잔 사이에서
잠시 따뜻했다.
불확실한 것들은
내일의 나에게 잠시 맡겨두기로 했다.
오늘은 또
어떤 계절이 올지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