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특별한 커피 한 잔 (8)

— 커피 한 잔에 담긴 마음

by Jace

아들뻘 나이의 우리 막내사원이 사 준

커피 한 잔 덕분에,

마음이 먼저 따뜻해진 아침이었다.


어제(12/30) 저녁, 한 해를 마무리하며 정리할 일들이 있어

퇴근이 조금 늦어졌다.

이미 대부분 퇴근한 사무실 한켠에

막내사원이 혼자 남아 야근을 하고 있었다.

저녁도 아직 못 먹은 눈치였다.


그냥 지나치기가 쉽지 않았다.

발걸음을 돌려 간단히 저녁거리를 챙겨주고

나도 함께 남아 일을 했다.


사실 돌이켜보면,

31년 전 내 신입사원 시절에 흔하던

일종의 ‘동조 야근’이기도 했다.

덕분에 나 역시 차분히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으니

나쁘지만은 않은 시간이었다.


요즘 또래 직원들이라면

조금 남은 일쯤은 다음 날로 미루고

칼퇴를 했을 법도 하다.

그런데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혼자 남아 책임감을 가지고 일하는 모습이

기특해 보였다.

물론, 과하면 곤란하겠지만 말이다.


이 친구는 소위 말하는 ‘화려한 스펙’을 가진 인재는 아니다.

하지만 실무 능력이 탄탄하고,

무엇보다 태도가 참 좋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군에 입대해

병에서 하사관으로 전환하며 복무를 마쳤고,

이후 뜻한 바가 있어

실무 중심 IT 전문학원에서 개발자 과정을

우수한 성적으로 수료했다.


우리 회사 고참 직원의 지인이기도 한

그 학원 강사의 적극적인 추천으로

인턴으로 입사했고,

6개월간의 검증을 거쳐 정직원이 되었다.


지금도 일과 학업을 병행하며

관련 자격증을 세 개나 취득했고,

독학사 과정을 통해

곧 학사 학위도 받는다고 한다.


스펙이 좋은 사람을

무조건 평가절하할 생각은 없다.

다만 직장 생활을 오래 하며

참 다양한 사람들을 겪다 보니

회사에는 근무 태도가 좋고

실무 역량이 탄탄한 사람이

스펙만 좋고 태도가 좋지 않은 사람보다

조직에 훨씬 더 큰 힘이 된다는 걸

자주 느끼게 된다.


아마도 그 직원 입장에서는

직속 본부장이 함께 야근을 하며

저녁까지 챙겨준 일이

고마웠던 모양이다.


오늘(12/31) 아침, 출근해 보니

내 책상 위에

따뜻한 커피 한 잔이 놓여 있었다.

그 직원이 조용히 두고 간 것이었다.


그 선한 마음 때문이었을까.

커피보다 내 마음이

먼저 따뜻해졌다.


사람을 남긴다는 것.

이런 순간에

참 흐뭇하고, 또 보람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