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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씨 Sep 11. 2021

취향을 만들기 위해선 용기가 필요하다

그동안 취향껏 물건을 고르지 못했던 이유

예쁘고 아기자기한 물건을 좋아합니다. 바라보고 있으면 행복해지고 기분이 몽글몽글해져서 좋아요. 색도 원색보다는 파스텔톤의 색을 좋아하고, 가장 좋아하는 색은 노란색입니다.


최근엔 제 방을 꾸미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가장 오래 머무는 공간이기도 하고, 자취를 하기 전까지 살아야 하는데, 정리가 안되어 지저분하다고 느꼈거든요. 리모델링을 해서 그나마 나아졌지만, 리모델링 전 곰팡이가 핀 칙칙하고 빛바랜 누런 벽지에 오래된 물건들이 가득 차 있었습니다.

새로 벽지를 도배할 때도 저의 취향과는 상관없이 더러워지지 않고 깔끔해 보일 것이라는 이유로 회색 벽지를 선택했습니다.


제 방에 남긴 물건도 크게 상황이 다르지 않았습니다. 주로 새로 산 물건이 아니라 언니가 쓰다 필요 없어진 서랍장이나, 물건과 옷을 받아썼습니다. 저는 딱히 취향이라는 것이 없었고, 디자인이 예쁜 물건들은 가격도 일반 물건에 비해 비쌌기 때문에 항상 물건을 새로 사기보단 남들이 쓰다가 버리는 물건들을 받아썼습니다.


최근엔 책을 읽고 나서 내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재미있어 독서기록장을 사러 갔습니다. 여러 색상의 독서기록장을 살피던 도중 라벤더 색상과 검은색 독서기록장 중 무엇을 살지 고민하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분명 평소대로였다면 검은색을 샀겠지만, 이번에는 라벤더 색상을 선택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사게된..! 라벤더 독서 기록장!


항상 원하는 것을 마음 가는 대로 고르지 못했습니다. 대신 제 취향은 아니지만, 오래 쓸 수 있거나 손이 덜 가는 물건을 선택했습니다.


"오래 써야 하는데 더러워지면? 다시 사야 하잖아."
"다시 사는 건 낭비잖아."
"만약에, 나중에, ~면 어떡하지?"


등의 고민들로 주저하다 보니 가장 무난하고 손이 안 가는 무채색을 골랐던 것이었습니다.


취향을 타협하다 보니, 옷 입는 스타일도, 가지고 다니는 물건도 무채색의 사람이 되어 있었습니다. 저는 취향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취향을 선택할 용기가 없었던 것입니다.


요즘엔 조금 비싸더라도 가성비보다 내 취향의 물건을 선택하곤 합니다. 내 방안에 가득 채운 물건들이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 물건들일 때와, 좋아하는 물건들일 때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더라고요. 고작 독서기록장 하나 내 맘대로 산 것이지만 처음으로 제 취향에 맞춰 산 물건이라 매우 뿌듯했습니다!


요즘은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제 취향에 맞는 물건들을 고르고 있습니다. 덕분에 전보다 더 행복해졌고, 앞으로도 좋아하는 것들로 제 방을 채우고 싶습니다.


(그러려면 돈을 많이 벌어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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