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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씨 Jun 20. 2024

내게 무해한 사람

최은영 『내게 무해한 사람』책리뷰 [2020.05]

최은영 『내게 무해한 사람』책리뷰

[2020.05]


줄거리


"내게 무해한 사람"은 최은영 작가의 소설집입니다. 삶의 다양한 순간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그들 사이의 관계를 섬세하게 그려낸 여섯 편의 단편 소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 이야기는 서로 다른 인물과 상황을 중심으로 전개되며, 인간의 복잡한 감정과 관계의 본질을 탐구하는 책입니다.


    내게 무해한 사람: 주인공은 대학 시절 만난 친구와의 관계를 회상합니다. 친구는 주인공에게 무해한 존재였지만, 그 관계 속에서 느끼는 미묘한 감정의 변화를 다룹니다.  

    노화: 오랜 시간 함께한 부부가 노년기에 접어들며 겪는 변화와 갈등, 그리고 서로에 대한 이해를 그립니다.  

    모래로 지은 집: 어린 시절 함께한 친구와의 재회를 통해 과거의 상처와 현재의 삶을 돌아보는 이야기입니다.  

    한지와 영주: 두 친구의 우정과 그 우정 속에 숨겨진 갈등, 그리고 그로 인해 성장하는 과정을 그립니다.  

    호텔 창문: 호텔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두 사람이 서로의 삶을 이야기하며 위로를 나누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미카엘라: 한국과 일본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로, 주인공이 일본인 친구와의 우정을 통해 성장하는 과정을 그립니다.  



다양한 관계의 복잡성과 그 속에서 느끼는 다양한 감정을 섬세하게 묘사한 작품으로 특히 여성들 간의 관계를 세밀하게 묘사했다고 느꼈습니다. 친구와의 사랑, 자매 간의 애증 등 여성과 사회가 맺는 다양한 관계의 모습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다양한 이야기들을 엮어놓은 단편집 형태로 따스하고 섬세한 문장이 마음에 들었던 책입니다.




책 속 한 구절



누군가를 사랑하고, 그리워하고 누군가로 인해 슬퍼하게 되는 인간의 어쩔 수 없는 마음이 내 곁에 함께 누워주었다. 그 마음을 바라보며 왔다. 내 의지와 무관한 일이라는 것을 알지만 살아있는 한끝까지 글을 쓰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 이것이 내가 사람을, 그리고 나의 삶을 사랑하는 몇 안 되는 방식이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최은영 『내게 무해한 사람』작가의 말




사람은 변할 수 있어. 그걸 믿지 않았다면 심리학을 공부할 생각은 못 했을 거야. 자기 자신을 포기하지 않는 한 사람은 변할 수 있어. 남을 변하게 할 수는 없더라도 적어도 자기 자신은

최은영 『내게 무해한 사람』136p



고통을 겪는 당사자를 포함해서 어느 누구도 그 고통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판단할 권리가 없다는 것도, 나는 언제나 사람들이 내게 실망을 줬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보다 고통스러운 건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실망을 준 나 자신이었다. 나를 사랑할 준비가 된 사람조차 등을 돌리게 한 나의 메마름이었다.

최은영 『내게 무해한 사람』180p



절대로 상처 입히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두려움. 그것이 나의 독선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라는 사실이 나를 조심스러운 사람이 되게 했다. 아무리 둘이 서로를 사랑한다 하더라도 언제나 더 사랑하는 사람과 덜 사랑하는 사람이 존재한다고, 누군가가 비참해서도 누군가 비열해서도 아니라 사랑의 모양이 그래서

최은영 『내게 무해한 사람』181p



넌 누구에게도 상처를 주지 않으려 하지. 그리고 그럴 수도 없을 거야. 넌 내게 무해한 사람이구나.

최은영 『내게 무해한 사람』196p



우리는 때때로 타인의 얼굴 앞에서 거스를 수 없는 슬픔을 느끼니까. 너의 이야기에 내가 슬픔을 느낀다는 사실이 너에게 또 다른 수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잊은 채로

최은영 『내게 무해한 사람』208p



사람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행복이 얼마나 위태롭고 위험한 것인지 혜인은 종종 생각하곤 했다. 사람은 그런 식으로 쉽게 행복해질 수 없는 법이라고

최은영 『내게 무해한 사람』226p




나의 사색



저도 누군가에게 무해한 사람이었을까요? 생각해 보면 인간관계에서 무해한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러지 못했던 적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인간관계를 하며 힘들었던 것은 저의 실수로 인해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거나 실망을 줄 때였습니다. 잘 모른다는 이유로, 표현이 서투르다는 이유로 전혀 하고 싶지 않았던 말과 행동이 불쑥 튀어나올 때, 그로 인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게 되면 마음이 괴로웠습니다. 한편으로는 상대도 나에게 상처를 줬으니 나는 잘못한 게 없다고 합리화를 하기도 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상처를 준 제 자신이 미워 견딜 수 없을 때도 많았습니다.


저는 항상 제가 피해자이고 약자라고 생각해왔던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준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나도 누군가에게 가해자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된 순간부터, 말과 행동을 할 때 조금 더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려고 노력하게 되었습니다.




책을 읽고 나서, 제 주변의 다정하고 무해한 사람들이 생각났습니다. 저에게 이 책을 추천해 주신 분도 책에서 말하는 '무해한 사람'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분은 항상 사람들을 대할 때 말을 신중하게 하고, 자신의 이야기하는 일보다 남의 이야기를 듣는 일이 더 많았습니다. 자신의 의견과 반대되는 의견에도 조심스럽고 완고하게 의사를 전달할 줄 알았고, 거절을 기분 나쁘지 않게 하는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또한 그 분은 컨디션이 안 좋은 날에도 험한 말이 나오지 않아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도 이런 좋은 태도를 벤치마킹하여 잘 써먹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저는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 좋습니다. 보통 이런 사람들을 보고 자존감이 낮다거나,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많이 본다고 평가하지만, 오히려 저는 내면이 단단하기 때문에 기꺼이 양보하고 내어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내면의 강인함은 나에게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에게 건네는 말과 태도에서 나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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