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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은 Nov 06. 2023

#5 이별 노래는 어째서,

     차에서 노래가 흘러나온다. 규현의 마지막 날에. 늘 나를 살펴주던 당신이 내 곁에 이제는 없을 거라는. 그러니 힘들더라도 습관에 흔들려선 안 된다는, 보고 싶어도 약해지면 안 된다는. 쉽지 않겠지만 버티면 금세 소나기처럼 지나갈 거라는 그런 노래. 이상하다. 당신에 내게 하는 말 같았고, 또 내가 당신에게 하는 말 같았다. 마음이 먹먹했다. 그 와중에 눈치 없는 알고리즘이 당신과 자주 들었던 노래를 다음 곡으로 틀어준다. 그 노래 또한 이상하리만큼 우리의 이야기.    

 

    왜 이별 노래는 모두 내 이야기 같을까. 어쩌면 우리는 모두 같은 사랑을 하고 같은 이별을 하는 것일까? 아니면 내가 특별할 것 없는 그런 보통의 사랑을 했던 것일까. 그런데 사실은 그게 특별한 것이었을까. 생각이 많아졌다. 어떤 영화 속 장면을 보았다. 너는 지금 내가 이렇게 노력하고 있는 게 안 보이느냐고, 너한테 맞춰주려고 하나부터 열까지 신경 쓰고 있는 게 안 느껴지냐고. 그리고 마침 떠오르는 노래 가사. ‘사랑이 노력한다는 게 말이 되니’ 모든 사랑과 이별이 이렇게 반복된다면 더이상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나는, 당신과의 사랑은 특별했던 것으로 남겨 두고 싶다. 그 어떤 노래와 영화에 표현되지 않은 우리만의 이야기가 있었으니까. 우리만의 애칭, 농담, 습관 같은 것들이 있었으니까. 나만이 당신의 사랑을 알 수 있고, 당신만이 나의 사랑을 알 수 있다. 아, 그럼 우리도 노래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당신은 알아차릴 수 있을까.     


    더이상 사랑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은 바람처럼 스쳐 갈 뿐이고, 나는 또 사랑하게 될 것이다. 망각의 결과를 어떻게 치르게 될지는 모르겠다. 어쩌면 앞으로 치를 결과보다는 사랑이 더 크기 때문에 제 발로 망각으로 뛰어드는 걸지도 모르겠다. 또 이별 노래가 어디선가 흘러나온다. 잠시 당신과 나의 시간을 애도한다. 망각의 길은 차차 걸어가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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