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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은 Nov 16. 2023

#13 거기 당신, 지쳤나요?

일을 하다 보면 사람에 대한 환멸감을 느끼는 순간이 참 많다. 다소 이기적이고 자신만 생각하고, 자신의 이익만 좇느라 상대방을 닦달하는 사람들. 생떼는 애들만 부릴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참 많이 느낀다. 물론 사업하는 사람들이고, 돈과 관련되었다 보니 예민하고 이기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쯤은 알지만 기본 예의나 상식이나 인간애는 도대체 어디로 버린 것일까? 이제는 하루에 몇 번이고 울리는 전화와 메신저 알림음에 신물이 날 지경이다.      


 짜증이 늘고 입이 험해지기 시작했고 한숨이 늘어난 건 오래전 일이 되었다. 다른 사람들은 이렇게 반복되는 악순환을 어떻게 견디며 일을 하는 건지 궁금하다. 시간이 해결해 주는 건지, 아니면 그에 맞는 요령이 생기는 건지, 버티며 살아야 하는 건지 나는 알 수가 없다. 그래서 더 지치는 것 같다. 이기적이고, 이상한 사람들은 회사를 바꾸거나, 무슨 일을 하든지 있을 것을 은연중에 알고 있기 때문에. 그렇지만 지금 마음으로는 당장 이곳에서만이라도 도피하고 싶은 마음이다.      


 이제는 함부로 포기하지도 못하는 나이다. 퇴사하려면 다른 직장을 구하고 그만두는 게 어른스러운 일이고,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는 일이다. 그런데 나는 여기서 벗어나면 어디로 가야 할지 길을 잃고 헤매는 사람이 될 것 같다. 지쳐서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싶을 때는 이런 생각이 떠오른다. 전문직도 아닌 내가 갈 수 있는 곳이 있을까? 근데 나는 무슨 일을 하고 싶지? 아, 이건 해보고 싶은데 돈이 없지? 부모님께는 뭐라고 말하지? 이런 현실적인 장애물들이 나의 발목을 잡고 늘어진다. 나는 한없이 슬퍼지고 작아진다.      


 그래도 꽤 많이 견뎠다. 3년, 남들은 짧다고 할지 몰라도 나는 잘 버틴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얼마를 더 버텨야 할지는 모르겠다. 그렇다고 앞뒤 재지 않고 당장이라도 뛰쳐나올 수 있는 용기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매일 달력을 보고 하루하루가 지나가기를 바랄 뿐이다. 그런데, 그렇게 시간을 보낸다는 거 너무 아깝잖아. 그럼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건 아침부터 인간에 대한 환멸감을 느낀 평범한 직장인의 하소연이자 임금님 귀는 당나귀기 같은 외침 같은 것. 지금 지친 직장인들에게 위로는 못되겠지만, 작은 공감이 되길 바라며. 여기 지친 사람 또 있어요! 같은 나의 메아리가 닿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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