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은 Nov 17. 2023

#14 어서 나를 벗어나

  내가 말한 적 있었지, 뭐든 중독적으로 하지 말라고 말이야. 당신은 게임을 하는 것도, 술을 마시는 것도 무언가 중독적인 부분이 있었지. 당신은 아니라고 하겠지만 말이야. 중독에 대해서 생각해 봤어. 그게 어쩌면 목적이 뚜렷해서 생기는 건지, 아니면 순간의 쾌락 때문에 생기는 건지. 어쩌면 둘 다일지도 모르겠다. 시간을 때우겠다는 목적, 외롭지 않겠다는 목적, 힘든 일을 잊어버리겠다는 목적 그리고, 그 과정에서 오는 쾌락 그리고 반복. 이 부분에 대해서 당신은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해.


 그런데 있잖아, 사랑만은 그렇게 하면 안 되는 거였잖아. 나는 언제부턴가 우리가 사랑을 하는 건지, 그냥 이 편하고 애틋한 관계에 중독되어서 놓지 못하는 건지 헷갈리기 시작했어. 당신이 사랑한다고 말할 때도 그게 진짜 사랑인지, 집착인지, 중독인지 잘 모르겠더라. 물론 알지, 우리가 열렬히 사랑했었다는 거,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는 거. 그걸 알고도 너의 마음을 의심하는 내가 참 못됐다는 생각을 한 적도 많아. 미안해.     


 요즘은 어떠니? 내가 빠진 일상에서 너는 어떻게 지내고 있니? 여전히 술은 자주 먹는 것 같더라. 알아, 아직은 많이 힘들어한다는 거. 우리가 헤어지면 나만 잘 지낸다며 당신이 불공평하다고 샘냈었던 적이 있었지? 나도 그냥 잘 지내는 척 참고 있는 거야. 사랑하는 사람을 저 멀리 밀어내고 어떻게 아무렇지 않을 수 있겠니. 샘내지 않아도 돼, 나도 충분히 우리의 이별을 마음 아파하고 있어, 너에게 표현하지 않을 뿐이야. 어쩌면 나도 중독적인 우리 관계에서 빠져나오려고 노력하고 있어.     


 당신의 삶을 다시 찾길 바라. 중독적으로 하던 그 버릇들도 버리고, 집착적으로 붙들고 있는 우리 추억도 스르르 놓아도 돼. 당신이 너무 힘들잖아. 당신이 여전히 내가 잘 지낸다고 샘낼지 모르니까 당신보다 내가 조금 더 오래 아파할게. 그러니 당신은 어서 나를 벗어나.

매거진의 이전글 #13 거기 당신, 지쳤나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