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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은 Nov 23. 2023

#18 우리는 모두 생존자입니다

 요즘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를 보기 시작했다. 각기 다른 아픔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이자 우리 삶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한 그 드라마가 참 따뜻하면서도 위로가 되는 느낌이었다. 어제는 드라마를 보다가 ‘자살 생존자’라는 말을 처음 알게 되었다. 얼핏 단어만 들었을 때는 자살을 시도했지만 실패하고 살아남은 사람일 것 같았다. 그런데 사실 가까운 사람을 자살로 잃은 남은 사람을 칭하는 말이었다. 그 단어를 들은 이후로 생존자라는 단어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생존자, 생존자, 생존자...     


 생존자는 살아남은 사람 혹은 살아 있는 사람이다. 단어의 정의로만 봤을 때 우리는 모두 생존자이다. 다만 그 앞에 어떤 수식어가 붙느냐에 따라 무게와 슬픔의 깊이가 달라질 뿐. 사실 누구나 힘들 때 간신히 붙잡고 있는 삶의 끈을 놓고 싶을 때가 있을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로 당장에 닥친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다가올 앞길이 너무 컴컴해서 모든 걸 포기하고 싶을 때가 있었다. 아주 잠깐이지만 무책임하게 삶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남게 될 사람들이 떠올랐다. 내 소중한 사람들을 자살 생존자로 만들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물론 내가 아주 심각하게 죽음을 생각하고 그랬다는 것은 아니지만 아주 잠깐이지만 그런 생각이 들었던 적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매일매일 힘든 삶을 이어 나가고 있다. 순탄하기만 한 삶이 어디 있겠느냐마는 이렇게 고된 삶도 어디 있겠나 싶은 삶일 것이다. 매일 똑같은 시간에 일어나 등교하거나 출근하고, 비슷한 시간에 밥을 먹고, 종일 생존을 위해 버티는 삶. 누군가에게는 꿈같은 삶일지도, 누군가에게는 지옥 같은 삶일지도 모를 그런 평범하면서도 권태로운 삶의 나날들. 우리는 매일 생존하고 있다. 그렇지만 생존에서는 한 발짝 떨어져 자기만의 숨 쉴 구멍을 만들면 그래도 조금은 웃을 수 있고, 어쩌면 행복까지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평범한 삶 속에서 매일 울고 웃으며 살아가는 우리는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생존자이다. 다만 죽음과 같은 단어를 앞에 품지 말고 그냥 너무 가볍지도, 무겁지 않게 지금처럼 잘 살아갈 수 있기를. 울고, 웃고, 사랑하고, 여행하고, 행복하면서 부디 매일을 잘 생존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추신. 언젠가 우리 삶도 생존이 아닌 여행 같은 삶이 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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