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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은 Dec 27. 2023

#26 꿈에


 어느 날은 아주 나쁜 꿈을 꾸고, 또 어느 날은 더없이 행복한 꿈을 꾼다. 그 모든 꿈속에는 당신이 있어서 나는 자꾸 혼란스럽다. 부인할 수 없는 사실과 무시할 수 없는 추억 사이에서 나는 2개의 자아를 가진 사람처럼 어떤 날은 웃고, 또 어떤 날은 운다. 기억이 흐려지는 데는 얼마의 시간이 필요할까.      


 꿈이라는 건 참 신기하다. 기억은 정확하지 않은 채로 어렴풋이 기분으로 남는다. 꿈속의 얼굴이 그였는지도 모를 어렴풋한 기억이지만 선명하게 남은 기억으로 추측만 할 뿐이다. 눈물이 흐르는 느낌에 잠에서 깨었을 때 한동안 서글퍼지는 그런 기분과, 슬그머니 웃음 지어지는 그런 기분은 당신만이 내게 줄 수 있을 테니. 그래서 불현듯 당신이 꿈에 찾아오면 나는 비틀거리게 된다. 기어코 추억을 들춰낸다.     


 울며 붙잡던 그에게 나는 어떻게 했어야 맞았을까. 몇 번이고 달래 주는 게 맞았을까, 그때처럼 단호해지는 게 맞았을까. 생각이 꼬리를 문다. 우리의 관계는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모든 것을 그의 탓으로 돌릴 수도, 내 탓으로 돌릴 수 없는데 그럼 그냥 상황을 탓하는 게 맞을까. 서로 사랑하며 밀어내던 그 긴 시간은 우리에게 방황이었을까, 사랑이었을까, 고문이었을까. 탓해봐야 얻을 것도 없는 것들만 붙잡는 시간이 길어진다.      


  우리는 정답을 알지 못해서 수많은 오답을 만들고, 그 오답을 풀어내며 살아간다. 사랑도 그 속에 있다. 그렇지만 일련의 과정과 정답을 안다고 해도 정답만을 선택하며 살 수는 없을 것 같다. 오답 속에서 빛나는 사랑과 추억을 외면하기란 쉽지 않을 테니.     


 사랑이 끝났다고 모든 사랑이 오답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의 실수, 나의 실수 같은 오답 같은 것에 집착하기보다는 그와 나의 순수하고 진솔했던 사랑만을 기억 그대로 남겨두고 싶다. 시간이 지나면 왜곡되고, 희석되는 기억일 텐데 굳이 부추기고 싶지는 않으니 말이다.      


 또 당신이 꿈에 나온다면, 당신이 어떤 얼굴이든지 환하게 웃어야겠다. 우리가 사랑한 시간이 오답이 아니었으니, 당신도 마음 편히 가지라고. 나는 아주 행복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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