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은 Jan 09. 2024

#34 봄의 신호

어제는 문득 옆집의 나무를 보게 되었다. 매일 보는 담장이라 유심히 보는 날은 극히 드물다. 그런데 그날은 이상한 기운이 느껴졌던 것 같다. 그것은 바로 봄의 기운. 담벼락 넘어 보이는 마당의 앙상한 가지에 뭔가 몽글한 것이 맺혀있었다. 목련 꽃망울이었다! 그런데 이상하다. 겨우 1월이다. 봄이 되려면 적어도 2달은 남았을 것 같은데... 아, 지금부터 봄을 준비해야 하나 보다!



 이제껏 왜 봄이 갑자기 찾아온다고 생각했을까. 추위에 꽁꽁 쌓여 어깨는 움츠리고 땅만 보며 걷는 시간이 길어서 그럴까, 봄을 기다리는 마음이 그리 크지 않아서 그랬을까, 아니면 그저 무심했던 탓일까.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봄은 그리 갑작스럽게, 마법처럼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매화꽃이 피고, 목련이 피고, 벚꽃이 피고, 개나리가 피는 계절. 바스락거리던 바싹 마른 잎들이 생기를 되찾고 촉촉해지는 계절. 무채색으로 조용히 기다리던 나무들이 다채로운 색의 옷으로 갈아입는 계절. 이 아름다움을 위해 조용히 그러나 분주하게 저마다 준비했을 봄이다. 나도 봄을 맞이할 나름의 계획이 필요해졌다.     



 지금부터 봄을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괜스레 설렌다. 짧게 왔다가 가는 봄을 알차게 즐기고, 온전히 느끼기 위해서 어떤 준비를 하는 것이 좋을까. 우선 소중한 사람들을 더 가까이 곁에 둬야겠다. 그리고 나도 누군가에게 소중한 사람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마음을 열고, 온기는 가득 채워둬야지. 봄이 왔을 때 소중한 사람과 언제든지 함께 맞이할 수 있게. 그리고 올해는 조금 더 단정한 봄을 보내고 싶다. 요란하지 않은 행복을 느끼고 싶다. 나의 행복과 다른 이들의 행복을 비교하지 않고, 나 자신을 깎아내리면서 행복한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 그런 단정한 시간을 마주할 수 있으면 좋겠다. 봄이 올 때까지 지금보다 더 나를 사랑해 줘야지.      



 오늘 뉴스에서는 눈 소식이 한창이다. 이 눈이 이번 겨울의 엔딩 크레딧이 될지 아닐지는 알 수 없지만 어쩐지 포근한 느낌이다. 자, 그럼 봄을 맞이할 준비를 해볼까?

매거진의 이전글 #33 익명의 편지 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