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비밀은 그렇게

by 은제

사람의 손금이 다 다르다는 거 알고 있니

그건 거짓말이야

너와 나만 아는 비밀이 있잖아

들키지 않게 조심하자


2569일 동안 서로 다른 손금의 손을

꼭 맞잡고 있으면

같은 손금을 가질 수 있다는 이야기

출처 없는 소문에 기꺼이 운명을 걸었던 우리


마침내 맞닿은 손이 떨어지고

진물이 나서 엉망이 된

퉁퉁 불어 희미해진 손금


딱지가 떨어지고

우리가 똑같은 손금을 가지게 되었을 때

그렇게 비밀은 시작되었지


누구도 우리의 운명은

예측할 수 없을 거라 믿었지


아주 오랜 시간을 거슬러

처음 주먹을 쥐던 때처럼

조심스럽게 다시 맞닿은 두 손


비밀은 그렇게

움켜쥔 손안에서 시작되곤 했다

매거진의 이전글#37 겨울 바다, 맹렬한 따뜻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