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r. ( )
너는 여름이 좋아, 겨울이 좋아? 사실 그 질문이 제일 어렵긴 해. 여름은 벌레가 너무 많고 더위 때문에 몸도 마음도 축축 처져서 싫고, 겨울은 너무 추우니까 몸이 아프고. 선택하기 너무 어렵지 않니? 그래도 이제는 여름이 조금 더 좋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 너무 더워서 숨이 턱턱 막히긴 하지만 휴가가 있고, 물과 가까이 지낼 수 있고, 무엇보다 여름 하늘 참 낭만적이잖아.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푸르게 우거지고, 장미가 지면 능소화가 피는 것도 좋아. 그리고 여름꽃, 여름 과일처럼 싱그러운 것들이 주변이 늘 있는 느낌도 참 좋더라. 결국 여름은 내가 느끼는 불편한 것들만 빼면 참 좋은 계절이긴 한 것 같아.
‘여름’ 하면 떠오르는 장면 같은 거 있어? 나는 2층 안채에 살던 우리 가족의 모습이 떠올라. 내가 한 초등학교 1학년 때쯤 주택에 살았던 적이 있거든? 그때도 여름은 무지 뜨거웠던 것 같아. 낮도 길고 밤도 긴 여름인데 에어컨 같은 건 없고 겨우 선풍기와 모기장으로 나던 시절이었어. 그때 집은 도무지 더우니까 우리 가족이 전부 마당에 앉아서 저녁을 보냈던 게 선명해. 대략 설명해 보자면, 우선 마당에 대자리를 깔고 모기장을 쳐. 그리고 창문을 활짝 열어서 방 안에 있는 텔레비전을 마당 쪽으로 돌리는 거야. 아빠는 러닝 차림으로 앉아서 텔레비전을 보고 나와 동생은 수박을 먹기도 하고 건너편 집에 사는 친구한테 손 흔들며 자랑도 했던 것 같아. 그때의 천진한 웃음과 안락하고 나른한 여름이 종종 떠올라.
우리가 이렇게 편지를 주고받는 순간도, 언젠가 여름밤처럼 불쑥 떠오를지 궁금하다. 계절마다 오래 기억되는 장면이 있다는 것, 새롭게 떠오를 장면이 있다는 것. 마치 우리가 오래 마주 보고 있는 것처럼 다정한 일인 것 같아. 언젠가 올해의 여름이 떠오를 수 있게 또 부지런히 일상을 수집해 봐야겠다.
아마 이번 편지가 마지막이 될 것 같아. 겨울, 봄, 여름에 이 편지를 보내는데 참 많은 애를 썼어. 쉽게 쓰이는 편지가 있었고, 말문이 막힌 것처럼 활자가 써지지 않는 순간도 많았어. 하지만 케케묵은 마음을 배웅하는 마음으로, 새로운 마음을 마중 나오는 마음으로 너와 연결되고 싶었으니 그걸로 만족해. 언젠가 또 만날 날이 있겠지. 그동안 혼자 속 끓이는 일 없길 바라. 그럼, 안녕.
이 순간도 수집하며, 애정을 담아 J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