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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Dear. blank 1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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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은 May 22. 2024

밝은 밤

Dear. (      )     


 잘 지냈어? 해가 정말 많이 길어졌다. 이제는 퇴근하고 나와도 밝은 저녁이 나를 맞이해. 낮이 길어지고 밤이 짧아졌다는 건 우리에게 어쩌면 다행이지 않니? 언젠가 네가 어둠이 짙어지면 혼자 있는 방에 갇히는 것 같다고 말한 적 있잖아. 그때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 느낌 별거 아니라고, 누구나 그럴 수 있다는 말밖에 없었어. 가볍게 위로하고 싶어서 그랬어. 왜냐면 내가 너무 깊게 걱정하면 밤이 더 짙게 너를 가둘 것만 같았거든.     


 그런데 있잖아, 사실 나도 가끔은 밤이 무서워. 그래서 혼자 있는 시간에는 늘 TV를 켜두거나, 노래를 틀었는데 그 모든 소음이 꺼졌을 때 꼭 세상이 멈춘 것같이 고요해지더라. 그렇게 가만히 1인용 침대에 누우면 방은 한없이 적막한데 내 마음은 시끄러워지기 시작해. 꼬리에 꼬리를 무는 후회들, 끝도 없는 걱정들, 두려움이 만들어내는 상상들. 그렇게 나도 혼자 있는 방에, 그 어둠에 종종 갇혔던 거야. 그때 우리가 서로의 얼굴을 떠올렸다면 어땠을까. 조금은 밝은 밤인 채로 평온하게 잠들 수 있었을까.     


 ‘한 뼘의 계절에서 배운 것’이라는 책에는 이런 이야기가 나와. ‘해가 길어지고 짧아진 밤은 더욱 짙어졌다. 온종일 환한 마음으로 거리를 거닐다가도 서서히 스며든 어둠에는 언제나 속수무책이 되는 계절이다. 낮이 길어졌다고 해서 밤을 준비하는 시간이 넉넉해지는 것은 아니다. 도리어 영영 밤이 오지 않을 것처럼 낭비하는 낮이 늘어간다.’ 어제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 책 속의 문장처럼 내가 아직 밤이 오지 않았음에 너무 안도하면서 그 시간을 낭비만 하고 있다는 생각. 이렇게 시간을 계속 낭비하다 보면 나는 또 속수무책으로 밤을 맞이하겠구나 싶더라. 너는 밝은 저녁을 어떻게 보내고 있을까, 나처럼 보내지는 않았으면 좋겠어.     

 

 나는 이제라도 낮이 긴 이 계절을 ‘빛을 잘 머금는 시간’으로 채워보려 해. 나중에 밤이 긴 계절, 유독 더 짙게 느껴지는 밤이 찾아왔을 때 ‘탁’하고 금방이라도 켤 수 있는 즐겁고, 행복한 밝은 시간으로 하나씩 잘 채워볼게.      


오늘도 너의 밤이 평온하길 바라.           


내 편지가 너에게 조금이라도 더 밝은 밤이 되어줄 수 있길 바라며, J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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