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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Dear. blank 2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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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은 Jun 12. 2024

뜨거운 여름, 무성한 마음

   Dear. (      )     


 6월을 초여름이라고 불러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한여름이 되었네. 선선했던 바람은 후덥지근한 열기를 품었고, 햇빛은 날이 갈수록 더 쨍쨍해지는 것 같아. 뜨거운 여름이 기어코 시작되었나 봐. 바깥은 날이 갈수록 강렬해지는 데 내 마음은 아직 서늘한 그늘 밑에 있는 듯해. 그 뜨거운 열기 속에서 치열하게 살 준비가 안 되어 있다고 할까. 단단하지 않은 마음들이 녹아내리는 기분으로 지내는 요즘이야.      


 6월이면 어딘가 허무한 마음이 드는 것 같아. 한해가 반으로 접히는 시간이라 그런 걸까. 일 년의 반 정도를 살았다고 생각하면 흠칫 멈추게 되는 것 같아. 그렇게 잠깐 멈춰서 겨울에 시작된 다짐은 여전히 유효한지, 매정하게 흘러가는 시간에 빼앗긴 건 없는지, 놓치고 있는 건 없는지를 생각하게 돼. 올해의 절반을 살아오면서 너는 어땠니.     


 하루를 소진하는 건 참 힘든데 문득 돌아보면 허망하게 빼앗겨버리는 게 시간이라니 참 아이러니하지 않니? 시간과 함께 휘발된 것들을 다시 떠올려야겠어. 까맣게 잊고 있던 것들을 다시 꺼내 봐야 남은 절반을 잘 살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뭐가 있을까, 휘발된 마음과 다짐들이. 아니다, 지나간 것들은 그대로 두고 지금 떠오르는 것들을 새로 시작하는 게 나을까. 흐릿하게 지워져 가는 것들과 선명하게 떠오르는 것 중에서 나는 어떤 걸 붙잡아야 할까. 정답이 없는 여러 마음이 무성하게 자라나는 계절이다.      


 그래도 한 번 멈췄다는 것만으로 다시 중심을 찾을 수 있을 것만 같아. 이번 여름은 뜨거운 계절을 핑계로 더 뜨거워지기도 했다가, 잠시 쉬기도 했다가 좀 더 유연하게 지내보고 싶어. 그 속에서 무성하게 자라난 마음들을 자주 들여다보고 솎아내면 남은 시간들을 휘청거리지 않고 보낼 수 있지 않을까.      


 너의 여름도 무탈하길 바라며 J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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