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새의 세레나데

by 제제

봄이다.

연초록의 새 옷을 입은 나무들이 점점 초록으로 짙어진다.

6시 30분, 알람이 울린다. 기지개 세 번 하고 벌떡 일어난다.

아침 부엌 창을 열면 엄나무와 가시오갈피가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잎의 모양이 손가락을 편 듯하다), 수컷 새들의 아름다운 구애소리가 합창한다. 일어나기 싫었던 피곤함은 달아나고 상쾌한 에너지가 몸 안으로 들어온다. 매년 봄이면 당연한 일상이려니 했다.

아니었다.

올해도 난 6시 30분 알람 소리에 일어나 부엌 창을 연다. 붉은머리오목눈이, 참새, 직박구리 소리는 들리는데 몇 해 동안 들리던 휘파람새 소리가 안 들린다. 이제나저제나 올까 기다렸는데 벌써 봄은 뒷모습을 보인다. 여름 철새로 봄에 짝을 만나 알을 낳아야 하는데 왜 안 왔을까. 집 뒤쪽엔 커다란 매실나무, 목련, 자두나무, 벚나무, 대나무까지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고, 새로 들어선 건물도 없는데. 멀리서도 듣지 못했다. ‘환경? 먹이? 기후변화?’ 여러 생각이 오간다.


작년엔 딱새가 내 모종 도구들이 들어있는 종이상자에 알을 낳았다. 아니 딱새 집이 거기 있는 줄도 몰랐다가 새끼들 먹이 나르는 것을 보고서야 알았다. 부부가 서로 먹이를 물고 쉴 틈 없이 들락거렸다. 내가 있으면 멀리 떨어진 나무에 앉아 나를 살피곤 해서 한동안 내 자리를 양보했다.

딱새는 사람이 사는 가까이에 둥지를 선택한다. 창고 선반, 주차장, 신발장 등. 둥지를 짓기보다는 새끼를 양육할만한 곳을 찾아 집으로 이용한다. 사람 사는 곳이니 안전하고 둥지를 짓는 수고로움도 피하고. 딱새의 합리적인 사고(思考)가 부럽다.

사람들은 평생 자기 집을 갖는 게 목표이고, 집을 살 때 빌린 대출금 갚느라 인생의 황금기를 정신없이 바쁘게 보내기도 한다. 새들도 종류에 따라 집 전쟁이 치열한 경우도 있는데 딱새의 현명한 선택(내 주관이다)이 부럽다.

『딱새 수컷은 몸의 아래는 짙은 주황색이고 얼굴은 검은색, 머리는 옅은 회색을 띠며 등과 날개는 흑갈색이다. 날개에는 흰색 반점이 뚜렷하게 보인다. 암컷은 전체적으로 황갈색을 띠며 날개와 꼬리는 짙은 갈색이다. 날개에는 수컷보다 작은 흰색 반점이 있다.』(네이버 지식백과)

딱새는 산이나 들판, 공원이나 인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텃새이다. 금실도 좋고 새끼도 부부가 같이 기르고 돌보는 딱새를 보고 있으면 ‘짐승이 사람보다 낫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딱새 수컷이 전깃줄에 앉아 열심히 구애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멋진 옷을 입고 아름다운 목소리를 지녀 여자 친구가 반할 듯한데 암컷이 오지 않는다. 수컷의 슬픈 듯, 열정이 담긴 노래를 들으며 암컷이 나타나길 같이 바란다. 한동안 기다리더니 아랫동네로 날아간다. 멀리서 딱새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비가 오는 저녁 무렵,

딱새가 비를 맞고 앉아있다. 몇 방울 내리던 비가 지나가자 구슬프게 세레나데를 부르기 시작한다. ‘저 녀석은 아직 짝을 못 만났나?’

‘우리 집에서 가장 멋진 방을 빌려줄게. 암컷 딱새? 세레나데 들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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