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냥이들 얘기
난 고양이를 싫어한다.
그런데 단독주택으로 이사 오니 어느 날부턴가 길냥이들이 데크에서 쉬고 있었다. 딸들은 아이들처럼 좋아했다. 그루밍을 하거나 앉아 있을 때, 누워 있거나 자기들끼리 장난칠 때는 내가 봐도 귀여웠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그런데 딸들의 바람으로 사료를 주기 시작했고 길냥이 수는 점점 더 늘어났다. 새끼를 낳으면 이름을 지어주며 점점 나는 고양이 집사가 되어 갔다.
어느 날, 아침밥을 안칠 때부터 계속 미운 새소리가 들렸다. “갸아악 갸아아···…” ‘쟤는 저렇게 밉게 우냐?’ 툴툴거리며 아침 준비를 하는데 비명 같은 이상한 소리는 계속 들려왔다. 아침을 먹으러 식탁으로 오던 남편이 거실 문을 열고 소리의 진원지를 찾더니, 건너편 창고 집에서 들리는 것 같다고 한다.
“고양이가 다쳤나? 반장 아주머니한테 열쇠 달라고 해서 가 봐” 남편은 아침을 먹고 나섰다. 길냥이 오만이가 그륵그륵 하며 창고 구멍을 들락날락하더란다. 반장 아주머니, 아저씨와 같이 창고를 열고 들어가니 쥐 끈끈이에 새끼 고양이가 붙어 있었다고 한다. 오만이가 혼자만 와서 밥을 먹고 사라지곤 해 첫 임신이 실패했나 했는데 창고에서 새끼를 키우고 있었나 보다. 그런데 창고지기는 창고에 쥐가 많으니, 끈끈이를 설치해 놨고. 남편은 새끼를 데리고 와서 온몸에 흙을 묻혔다. “왜 그래? 흙이 있으면 엄마가 핥아주지 못하잖아.” “끈끈이가 너무 많이 붙어서 이대로 놔두면 다리와 몸이 같이 붙어버려. 흙을 묻혀야 서로 붙지 않지.” 흙을 묻혀 데크 위로 데려왔으나 새끼는 놀란 터라 구석으로만 기어들고, 어미는 낯선 새끼 모습에 다가가지도 못한 채 울기만 했다. 남편은 출근해야 하고 난 큰딸을 데리러 김포공항에 가야 하는데, 손바닥보다 더 작고 몇 시간을 울부짖었으니 살기는 힘들겠지, 싶었다. 만질 수도 없으니, 데크에 그대로 두고 나갔다. 공항에서 큰딸을 데려오며 “죽었으면 어쩌지?” “상자에 넣어 묻어줄게.” 이런 대화를 하며 집에 왔는데 살아있었다. ‘나도, 너도 참 목숨이 질기구나.’하고 생각하는데 딸은 목욕시켜야겠다며 인터넷 검색을 하더니 콩기름을 찾는다. 콩기름으로 씻기는데도 끈적임과 흙은 새끼를 칭칭 감고 있었다. 동물병원을 검색한 후 전화로 물어보고 병원으로 향했다. 한참 동안 기다린 후 아주 귀여운 새끼를 만날 수 있었다. 다 제거는 못 했으니 두세 번 더 방문하라는 말을 들으며 집으로 향하는데 ‘생명이라는 게 참 모질다.’ 싶었다.
큰딸이 며칠 동안 돌보다 제주도로 가버리고, 남은 가족들이 돌봐야 했는데 어미가 밖에서 부르면 새끼는 정신없이 어미를 찾았다. 병원에선 냄새가 바뀌어서 어미가 새끼를 내칠 거라 했는데, 어미를 찾는 새끼의 울음소리가 안타까워 집안에서 데크 옆 창고로 옮기고 어미를 들여보냈다. 혹시나 새끼를 물어 죽이려나 싶어 지켜보는데, 한참 동안 냄새만 맡으며 주변을 어슬렁거리더니 이내 젖을 물리며 핥아준다. 어미가 새끼를 핥아주며 돌보니 새끼는 몰라보게 달라졌고 건강해졌다.
지금은 창고를 벗어나 데크 위에서 산다. 장 보고 온 상자를 데크 위에 놔뒀고, 상자에서 놀다 데크 난간 위에서 놀고, 마당에 누워 있다가 나무에 오르고. 요즘은 매일 밤 쥐, 두더지, 개구리, 사마귀, 매미 등 사냥을 열심히 해 와 아침에 밥 주러 나갈 때면 깜짝 놀라곤 한다.
“야, 오만이, 기적이, 사냥 좀 그만해. 매미가 불쌍하다고. 오랜 시간 땅속에 있다 2주 정도 머물며 짝을 찾고 종을 남기는데……” “박새 잡았나 봐, 어쩌니?” “야(큰 소리로), 사냥 그만해.” “기적아, 또 뭘 잡았어?”
오늘도 아침을 먹고 오만인 상자 속으로, 기적인 장미 울타리 속으로 사라졌다. 곧 저녁때가 다가온다. 오만이가 저녁 달라며 나를 부를 테고, 난 츄르를 가지고 밥을 주러 나갈 것이다. 오만인 ‘그르릉 그르릉’ 목젖을 울리며 기적이를 부를 것이고, 둘은 맛있게 저녁 식사를 마치고 서로 핥아주고, 장난치며 행복한 어둠을 즐기겠지.
오만이는 기적일 멋지고 건강하게 키웠다. 엄마표 홈스쿨링을 성공해 사냥도 잘하고, 소나무도 잘 올라간다. 어미처럼 깔끔하고 귀엽게도 생겼다. 1년 정도면 성묘라는데, 언제까지 함께할 수 있을까? 이젠 정이 들어 헤어짐을 걱정한다.
오만이의 기적이에 대한 사랑은 때론 우리 애들에게 다정다감하지 못했던 내 모습을 뒤돌아보게 한다. 기적이는 엄마가 저렇게 사랑을 주니 좋겠다, 싶다. 두 모자를 바라보는 요즘, 나는 그 어느 여행보다 더 큰 힐링을 하고 있다.
‘지금처럼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