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수영

by 날갯짓

새벽 5시 28분 알람이 울린다.

25분과 30분 사이에서 갈팡질팡 고민했을 나의 마음은 28에 멈추어 섰다.

어쩌다 보니 정해진 화, 목 기상시간은 5시 28분.


화요일과 목요일은 6시 수영강습이 있는 날이다. 일찍 나서지 않으면 이 추운 겨울날 야외 주차장에 차를 세워야 한다. 서둘러서 나서야 외투 없이, 슬리퍼만 신고도 춥지 않을 지하주차장에 차를 세울 수 있다.


겨울이 되면서 좀 더 치열해진 지하주차장 자리 잡기. 놓치면 돌아서 나가서 유턴을 두 번 하고 돌아와야 하는 난처한 상황에 처한다.


오늘도 지하주차장 입성 성공!

아직 만차되기까지 여유로운 상황.


이미 수영용품으로 가득 찬 나의 차 안에서 주섬주섬 수영 용품을 챙기고 키를 받고 수영장에 들어선다. 예전에는 부끄러워서 빠르게 스쳐 지나가야만 했던, 고개를 푹 숙이고 안 본 듯 지나쳐야 했던 탈의실과 샤워실도 이제는 자연스러운 느낌이다.

재빠르게 샤워 자리를 잡고 씻고 수영복을 입고 수경과 수모를 쓰고 수영장에 들어선다. 훅 끼쳐오는 락스 냄새, 수영장 냄새는 익숙해져 오히려 안온함까지 끌어당긴다.


호루라기 호령에 맞춰 기본 운동이 시작된다. 마지막 숨쉬기가 끝나면 나의 레인으로 종종거리며 슬며시 뛰어간다.


나의 레인은 중급 중에서도 못하는 레인, 즉 못하는 레인 25미터와 잘하는 레인 50미터로 구분이 되는데 나는 초보에서 승급한 지 얼마 안 되는, 못하는 범주에 속해 있다.

언젠가 한번 50미터에서 강습받아 본 적이 있는데 정말 끝이 없는 느낌이다. 천천히 차근차근 25미터 레인에서 잘 배우고 싶은 마음이 깊이 파고들었던 기억이다.


아무튼, 오늘의 강습 시작! 재빠르게 발을 살짝 집어넣어본다. 이 정도면 따뜻한 편, 수온이 맘에 든다. 조금 있으면 더워지겠지만. 선생님께 가벼운 목례를 하고 재빠르게 몸을 다 집어넣고 통통 뛰어보며 물에 적응을 한다. 가슴께에 물을 뿌리며 선생님 지시를 기다린다.


오늘의 수업

편한 영법으로 한 바퀴 돌고 오기

평영손과 자유형 발차기, 돌아올 땐 평영

평영손과 자유형 발차기, 돌아올 땐 한 팔 접영 양쪽 번갈아가면서

숏핀 신고 나서

평영손과 접영 발차기, 돌아올 땐 한 팔 접영 양쪽 번갈아가면서

마지막은 배영, 돌아올 땐 배영 발차기

이렇게 여러 번 돌고 나니 금세 50분이 지나있다. 동글게 원으로 모여 손을 잡고 인사를 한다. 파이팅, 감사합니다로 훈훈한 마무리. 이건 수영강습의 공통점이라고 한다. 멘트가 다를 수는 있지만.




작년 5월부터 시작한 나의 수영은 좀 더디게 느껴지는 답답한 속도지만 차근차근 잘 따라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껏 강습은 한 번도 빠지지 않았으니. 자유수영이 있는 나머지 날들도 웬만하면 다 가려고 노력해 왔다. 늦게 시작한 만큼, 남들보다 더 나가고 물과 친해져야 할 것 같았기 때문.


예전 선생님은 회원에게 큰소리로 말하거나 면전에 물을 뿌리거나 화내고 면박주기를 일상으로 대했다. 그래서 못하는 나는 늘 주눅들기 마련이었다. 내 돈주고 배우는데 이래야 하나 속상해 하면서...


올해부터 바뀐 다음 선생님은 수더분해 보이는 아저씨 선생님이신데 자세도 잘 봐주시면서 분위기 좋게 웃어가며 우리를 굴리셨다.


선생님께서는 늘 "힘 좀 빼"라고 말씀하신다. 평영 손동작을 하면서 처음으로 힘을 빼는 게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편하게 생각하고 손을 모은 후 찌르면 되는데 손끝부터 어깨까지 가득 힘이 들어가 있던 것이다. 긴장한 탓이기도 했겠지.


사실 평영은 내가 제일 못하는 분야. (도토리 키재기지만). 발차기가 잘 안 돼서 날랜 개구리가 세상 부럽다. 어찌나 속도가 느려지는지 물에 가라앉지 않는 것만으로도 고마워해야 할 판국이다.


이 외에도 배영할 때 내 손이 어떻게 잘못되었는지- 그동안 두 팔로 머리에 딱 붙이지 않고 머리를 받치지 않았던 것.

접영 발차기할 때, 손으로 웨이브 하려고 했던 것,

한 팔 접영할 때 손이 끝까지 가지 않고 돌아서곤 했던 나의 어설픈 지점을 꼭꼭 짚어주셨다.


예전보다 힘은 더 드는데 기분 좋게 배울 수 있는 상황이 되어 이제 기다려지는 수업시간이 되었다.




느슨하게 즐기면서 가끔 들려오는 노래도 들어가며 나만의 수영을 느끼는 자유수영 시간을 가장 좋아한다.

아이들과 함께 수영장에서 물놀이도 하기도 하는데 이 시간도 꽤 맘에 든다.

언젠가 야외 수영장에서 하늘을 보며, 낮달을 바라보며 수영했던 그 순간을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기도 하다.

배영 할 때 내 머리 부근에서 들려오는 찰랑찰랑 물소리는 두려움과 동시에 경이로움도 주는 아이러니한 포인트다.

이런저런 경험이 모아지고 이러다 보면 내게 큰 힘이 되겠지. 수영을 멈추지 않을 힘.

이렇게 기분좋음을 선물해 줄 순간을 기대하며 난 매일 알람을 듣고, 흔들리기도 하면서 결국 일어나 잠이 덜깬 유령처럼 주섬주섬 챙겨 차 시동을 켜게 될 것이다. 내일도 알람소리를 듣고 일어서는 나를 예상해본다.


안녕(Good bye) 수린이 하는 그날도


*첫사진: 2025년 공장 달력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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