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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지윤서 Mar 22. 2022

울음을 잠재우는 지평선

막스 자콥의 「지평선」

백 일 동안 낮은 밤이 되어야 했고, 밤은 낮이 되어야 했다. 세상은 그래야 적응할 수 있는 곳이었다. 알몸으로 있어도 부끄러울 것 하나 없고, 맨몸으로 뒹굴어도 긁힐 곳 하나 없는 자궁에서 밀려난 지 일주일. 세상은 더 이상 알몸을 허락하지 않았고, 발길질도 허락하지 않았다. 알 수 없는 불안과 답답함이 온몸을 짓누를 때마다 울음이 터져 나왔다. 세상을 쩌렁쩌렁 울리는 소리. 누군가 울음을 거두기 위해 팔을 활짝 열었다.     



그녀의 하얀 팔이 / 내 지평선의 전부였다(막스 자콥, 「지평선 전문)




세상은 자주 흔들렸다. 아래로도 흔들리고 위로도 흔들리고 오른쪽으로도 흔들리고 왼쪽으로도 흔들렸다. 흔들림이 잦아들면 가만히 세상을 바라보았다. 젖 냄새 가득한 지평선 너머로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세상을 내다보았다. 낯설지만 신기한 풍경. 그 풍경에 매료되어 오래도록 잠들지 못했다. 그때마다 들려오던 노랫소리. 천천히 나긋나긋. 어느새 지평선은 사라지고 꿈이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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