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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지윤서 Oct 05. 2022

이나모리 가즈오가 일하는 이유

청소를 하다 둘째의 방에서 못 보던 책을 발견했다. 『왜 일하는가』. 직장생활 1년 차. 나름의 고민이 있는 건가 싶어 웬 책이냐 물었다. 회사에서 준 거야. 단순한 대답에 책에 대한 관심이 푹- 주저앉았다. 하지만 곧 관심이 되살아났다. 어떤 책이든 펼쳐 읽기 시작하면 책이라는 넓은 바다에서 자신만의 신대륙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청소하다 말고 책을 펼쳐 읽기 시작했다.


책은 2009년 일본에서 출간된 이후 국내에는 2010년 처음 선보였다. 당시 책을 출판한 곳은 '서돌'. 둘째의 책은 다산북스에서 출판한 것이다. 알고 보니 책은 지난해 4월 디자인과 문장을 손봐 다산북스에서 새롭게 펴냈다. 판권을 보니 1년 만에 초판 30쇄를 넘겼다.   


읽어 보니 책은 '일'에 대해 아무런 열정도 생각도 없던 저자가 어떻게 열정을 얻고 성취를 이루었는지 그 과정을 그리고 있었다. 그 비결은 간절한 몰입, 지속적인 노력, 잦은 감동, 최고가 아닌 완벽, 선한 동기. 


책 전체를 통틀어 가장 마음에 드는 대목은 다음의 내용이다. 이는 저자가 일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내가 생각하는 완벽주의는 '더 좋은 것'이 아닌,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는 것'을 추구하는 자세다. 최고이기 이전에 완벽해야 하고, 완벽하지 않은 제품은 아무리 고단한 개발 과정을 거쳤어도 처음부터 다시 만들며, 오직 완벽한 제품만을 세상에 선보이는 것. 그것이 교세라의 제품이 다른 기업의 제품들보다 월등히 뛰어난 비결이다. 그리고 오늘도 나는 최고가 아닌 완벽한 인간이 되기 위해 묵묵히 나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책에 오자나 탈자 하나만 있어도 쉽게 출판사에 대한 이미지가 훼손되는 경험을 종종 하는 나로서는 저자가 말하는 '완벽'이 무언지 알 것 같았다. 사소한 것은 결코 사소하지 않다. '최고'가 아니라 '완벽'을 추구하는 자세는 본인뿐 아니라 타인에게도 기쁨을 선사한다.   


완벽을 추구하는 태도와 함께 사심 없는 경영철학도 눈길을 끌었다. 인격적으로 존경받는 경영인이 드문 우리나라에서 저자의 경영철학은 상당히 인상 깊었다.


"'통신 사업을 하고 싶다는 의지가 나 자신이 부자가 되고 싶어서인가?'

'더 유명해지고 싶어서인가?'

'정말 세상과 사람을 위해서라는, 사심 없는 선의에서인가?'

이런 질문들을 몇 개월 동안 묻고 또 물었다. 그리고 마침내 내 마음에 조금도 사심이 없음을 확인하고 나서야, 나는 통신 사업에 진출했다."


책은 워라밸을 외치는 요즘 직장인들의 정서에서 보자면 꼰대(?)스러운 일면이 적지 않다. 시간을 잊고 일에 몰두해야 한다거나 일을 찾아서 하라거나 부당함에 맞서지 말라는 등의 말이 그러하다. 그럼에도 일독을 권하고 싶은 건 일에 관한 그의 지향점이 '수련'을 향해 있기 때문이다. 경영인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태도를 평생 견지했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완독 후 둘째에게 넌지시 책을 읽었느냐고 물었다. 아직 읽지 못했다는 답이 돌아왔다. 둘째가 어서 책을 읽었으면 싶은 바람이 불쑥 솟았다.  




책을 읽고 '교세라'와 저자가 궁금해 검색을 했다. 그런데... 이런! 지난 8월 작고하셨다. 향년 90세.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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