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a지윤서 Nov 14. 2022

뭣이 중한디?

한 달 전, 막내가 돌이 될 때까지 옆집에 살았던 이웃에게서 모바일 청첩장을 받았다. 장남의 결혼식을 알리는 청첩장이었다. 10년 넘게 전혀 연락을 하지 않던 사이여서 웬 청첩장? 싶었다. 평소 청첩장을 주고받을 수 있는 관계는 친인척을 제외하고는 적어도 아이의 크는 모습을 애정을 가지고 서로 보아온 관계여야 한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청첩장을 받았을 때에는 축의금만 보내고 말아야겠다 생각했다. 그런데 다음 날, 전화가 걸려왔다. 가장 늦게 늙는 게 목소리라더니 그니의 목소리는 오래전 그 목소리 그대로였다. 미안해하는 듯도 하고, 수줍어하는 듯도 한 그 목소리에 참석하겠다 답을 주었다.


10여 년의 세월을 수시로 얼굴을 대면하고 지냈음에도 그니와 그다지 끈끈한 사이가 되지 못했다. 그랬이유는 삶의 방식과 지향점이 달랐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답을 주었으면서도 끊겼던 인연을 다시 맺는 것이 잘하는 일일까 싶어 당일까지도 참석이 망설여졌다.


결혼식에 참석 후, 다녀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릴 적 모습이 여전한 장남과 이웃하고 살았던 이들의 허물없는 인사가 세월을 무색하게 했다.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그들을 보고 나니 정현종 시인의 시가 떠올랐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라고 했던 시인의 시가.


"사람이 온다는 건 /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 그는 / 그의 과거와 / 현재와 /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 마음이 오는 것이다-그 갈피를 / 아아 바람은 더듬어 볼 수 있을 / 마음, /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낸다면 /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정현종, <방문객> 전문)


뭣이 중한디?


소식이 끊겼던 이웃을 찾아내 청첩장을 보낼 만큼 그니에게 중요한 것은 아마도 신랑 신부에 대한 많은 이의 축복일 것이다. 그러므로 그 마음을 기꺼이 환대하고자 한다.


신랑 신부의 앞날을 진심으로 축복한다.


 

작가의 이전글 이나모리 가즈오가 일하는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