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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지윤서 Sep 04. 2022

반려컴 '요미'의 탄생

이사를 하고 보름이 훌쩍 지났다. 비 예보가 연일 이어지던 와중에 이사를 해야 해서 걱정이 많았는데 다행히 이사 당일에는 햇살이 '쨍'하고 고개를 내밀어 한시름 놓았다.


얼추 정리를 마치자마자 매주 처리해야 하는 표준서가 들이닥치기 시작했다. 이름하여 표준서의 계절. 일에도 눈이 달렸는지 올해는 원고가 많이 늦었다. 하지만 덕분에 이런저런 여유도 부리고 이사도 무사히 마쳤으니 감사할 따름이다. 표준정보망에 새로 IP주소 등록을 마치고 부랴부랴 데스크톱을 켰다. 석 달 만의 구동이다. 그런데... 이런! 웹하드를 열기만 하면 자꾸 화면이 다운된다.


급하게 둘째를 호출했다. 둘째가 살피더니 CPU가 말썽이란다. 과부하가 걸려 그렇다나... 그러더니 이참에 오래된 부속을 바꿔준다며 이것저것 주문을 넣는다. 그런데 케이스도 바꾼다며 주문을 넣었다. 컴퓨터 속은 알 수 없지만 겉은 보기에 멀쩡해 '굳이?'라는 눈빛을 보냈다. 눈길을 받은 둘째가 "막혀서 그래."라고 답했다. 통풍이 잘 될수록 컴퓨터도 건강하다는 설명이었다. 그러니까 새로 주문한 케이스는 앞면에도 숨구멍이 송송송 뚫려 있는 디자인이다.


며칠에 걸쳐 컴퓨터 부속들이 속속 도착했다. 지난 주말, 마침내 조립을 마친 데스크톱을 들고 둘째가 부엌으로 나왔다.


"어머나, 귀여워~~"



새로 옷을 갈아입은 녀석을 보자마자 탄성이 절로 흘러나왔다. 둘째는 부엌 한켠에 마련된 작업대 아래로 녀석을 집어넣었다. 녀석 앞에 쪼그리고 앉아 귀를 만지작거렸다. 뗐다 붙였다 할 수 있는 귀가 신기했다. 귀를 만지작거리며 장난을 치다 둘째에게 소리쳤다.


"이 녀석에게 이름을 붙여야겠어. 요미. 어때?"


둘째가 미소 지으며 대꾸했다.


"귀요미? 귀엽네."


그렇게 해서 탄생한 이름 '요미'. 이름을 붙여주니 데스크톱이 새삼 각별하게 다가왔다. 이래서 반려하는 동물이나 식물에게는 이름을 붙여주는 모양이다. 덕분에 나에게도 반려하는 사물이 생겼다. 반려컴 요미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반가워, 요미! 

우리, 오래오래 잘 지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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