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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지윤서 Jan 07. 2023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않는 선생님

힘을 과시하지 않는 어른의 모습

아침부터 콧잔등이 시큰했다. 김똑띠 작가의 인상 깊은 졸업식 글 때문이었다[졸업식 후기 (brunch.co.kr) 참조]. 늦은 아침을 먹는 아이들에게 "너무 감동적이지 않아?"라고 말하며 글쓴이가 존경한다는 어느 분의 말씀을 읽어주었다.


"선생은 앞에 앉은 학생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그 학생이 커서 될 사람을 가르치는 것이다."


감동을 표하는 엄마와 달리 아이들의 반응은 미미했다. 밥을 먹느라 이야기에 집중하지 않아 그런 듯했다. 대신 화두로 등장한 '선생님'에 대해 이런저런 말들을 늘어놓았다.


그런데 아이들의 이야기에 공통된 소재가 하나 등장했다. 바로 엘리베이터였다. 막내는 엘리베이터 이야기를 하며 분개했다. 카드 키를 만들어 선생님들만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게 한 학교의 처사 때문이었다. 그러면서 분명한 선 긋기로 잔정이 없다고 말했던 고1 담임선생님에 대해 뜻밖의 이야기를 꺼냈다. 선생님이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선생님은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않고 늘 계단으로 다녔으며 다친 아이들을 이용하게 할 때에만 카드 키를 사용했다고 막내는 말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고1 담임 무지 멋진 어른이었어.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지 않았잖아."


엘리베이터에 대한 성토를 마친 후 아이들은 저마다 멋진 어른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자신보다 어린 사람에게 먼저 사과할 줄 아는 어른, 허드렛일을 시킬 수 있는 위치에 있으면서도 시키지 않는 어른, 생색내지 않고 배려해주는 어른...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자연스럽게 김똑띠 작가의 졸업식 축사가 떠올랐다.


"...다른 사람을 찍어 누름으로써 자신의 힘을 과시하는 사람이 되지 말고, 넘어진 사람을 일으켜 세워줌으로써 자신에게 그런 힘이 있음을 보여주는 사람이 되십시오..."


결국 아이들에게 있어 멋진 어른은 힘이 있는 어른이 아니라 그 힘을 과시하지 않는 어른이었다. 그런 점에서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않는 선생님은 아이들에게는 힘을 과시하지 않는 어른의 상징적인 모습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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