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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지윤서 Jan 08. 2023

중요한 것은 다가오는 것을 맞이하는 태도

영화 <다가오는 것들>을 보고

"넷플릭스에 <다가오는 것들>이라는 영화가 있나?"


토요일인데도 회사에 나갔던 남편이 저녁을 먹고 나더니 말했다. 처음 듣는 제목이었다. 바로 검색에 나섰다. 미아 한센-러브라는 여성 감독이 만든 프랑스 영화다. 영화 정보를 훑어보다 배급사에 눈길이 멎었다.


"찬란"


영화 <컴온 컴온>을 보면서 이름이 상당히 독특하다 생각했던 배급사였다. 역시 배급한 영화 목록을 보니 작품성 강한 영화를 주로 배급하는 곳이다(찬란 - 나무위키 (namu.wiki) 참조).


막내가 넷플릭스를 훑어보더니 없다고 말했다. TV 화면으로 보고 싶었던지 남편이 아쉬워했다. 결국 남편은 노트북을 켜고 지인이 보내준 영상을 클릭했다. 영화의 초반을 보던 남편은 함께 보자며 나를 불렀다. 구미가 당기는 영화인 모양이었다. 컴퓨터를 끄고 일어나 남편 곁에 가 앉았다.


영화는 배를 타고 여행 중인 한 가족을 비추며 시작한다. 어린 두 자녀와 부부. 뱃머리에서 아이들과 함께 바다를 바라보는 남편과 달리 아내는 무언가를 열심히 작성 중이다. 그러다 뱃머리로 나가 가족 곁에 서는 아내. 가족이 방문한 곳은 유명 작가의 생가이다. 작가의 묘지 앞에 선 가족. 아이들이 묘지 앞을 떠나고 뒤이어 남편도 자리를 뜨고 난 뒤에도 아내는 잠시 묘지 앞을 지킨다. 홀로 남은 아내. 이후 제목 <다가오는 것들>이 뜬다.


영화는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아이들이 성인이 되고 난 뒤 다가오는 상황을 비추며 진행된다. 철없는 엄마의 끊임없는 칭얼거림, 영원히 곁에 머물 줄 알았던 남편의 외도, 책을 내게 될 줄 알았던 출판사로부터의 외면, 제자로부터 받는 질책... 그나마 다가오지 않는 것이라고는 독립해 스스로의 삶을 꾸려가는 아이들뿐이다.


아내는 참새가 통통거리듯 영화 내내 종종거리는 걸음을 걷는다. 종종거리는 아내의 걸음은 그녀가 몰아치며 다가오는 것들을 맞아 얼마나 충실하고 의연하고자 애쓰는지를 잘 보여주는 장치이다. 아내는 다가오는 모든 것을 외면하지도 떠넘기지도 않는다. 그저 자신이 쌓아왔던 내면의 힘을 끄집어내며 의연하게 헤쳐나간다.


그 힘은 어디에서 오는가.


영화는 그 힘의 근원을 철학에서 찾은 듯하다.  영화 곳곳에 철학 문구를 흩뿌려놓았으니 말이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다가오는 것들을 맞이하는 의연한 태도는 재력이나 명예와 같은 외면의 힘이 아니라 스스로의 존엄을 지키려는 내면의 힘에서 비롯한다고 말하는 철학 예찬 영화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영화가 일상성을 말한다고 생각했던 나와는 달리 배급사는 모든 것이 떠나간 이후의 삶을 영화가 이야기한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예고 영상에서 '모든 것이 나를 떠나갈 때'라는 자막 다음에 '다가오는 것들'이라는 제목을 띄운 것을 보면 말이다.


https://tv.naver.com/v/1076565


다가오는 모든 것이 마무리된 뒤 진정한 자유가 찾아오든 죽음을 맞이하는 날까지 끊임없이 일상이 다가오든 중요한 것은 다가오는 것들이 아니라 그것을 맞이하는 그녀의 태도일 것이다.


그녀는 앞으로도 다가오는 모든 것에 의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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