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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지윤서 Apr 09. 2023

선릉역과 삼성역 옆 '포스코미술관'

작은 듯 작지 않은 미술관

벚꽃이 피었다, 했더니 어느새 지고 있다. 점점 짧아지는 봄이 아쉬워 사람들은 저마다 들로 산으로 나들이 중이다. 그 틈에 끼어 오랜만에 미술관 나들이에 나섰다. 이번에 찾은 곳은 포스코미술관. 미술관은 2호선 선릉역과 삼성역 중간 지점에 자리하고 있다. 바로 강남의 중심가 테헤란로에 위치한 포스코센터 지하 1층에.


포스코미술관은 미술관만 놓고 보자면 그리 큰 규모는 아니다. 하지만 포스코센터로 시선을 확장해 바라보면 결코 작은 미술관이라고 할 수 없다. 1, 2층 여기저기에 설치 미술품과 스틸 갤러리, 카페, 서점, 식당가를 미술관과 더불어 함께 누리다 보면 포스코센터 전체가 미술관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포스코센터에 다다르면 가장 먼저 야외 조각품 <꽃이 피는 구조물>이 방문객을 반긴다. 스테인리스 스틸을 주조해 만든 이 설치물은 '고철 흉물'이라는 오명을 쓰고 철거까지 논의됐던 작품이다[[궁금한 미술] ‘고철 흉물’ 논란 딛고 100억대 ‘복덩이로’-국민일보 (kmib.co.kr) 참조]. 아닌 게 아니라 누군가에게는 흉물스럽게 보일 수도 있을 만큼 작품은 거대하게 일그러져 있다.


 작품을 감상 후 회전문을 통과해 로비에 들어서면 백남준의 작품 <철이철철: TV깔때기, TV나무>와 크기가 2개 층에 달하는 거대한 수족관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다. 2층에 오르면 안내데스크 뒤 벽면에서는 세계 최대 평면 작품이기에 희소가치가 높다는 <전설 속의 철의 섬-마르보티긴 둘다>를 만날 수 있다. 이 역시 <꽃이 피는 구조물>을 만든 프랭크 스텔라의 작품으로 가로 11미터, 세로 5미터에 달하는 대작이다.


이 작품을 등지고 돌아서면 7미터에 달하는 높이에서 불꽃을 튀기며 쏟아져내리는 용광 줄기와 마주할 수 있다. 바로 이이남의 미디어 아트 <기업시민, 공존을 위한 빛>이다. 이 작품은 겸재 정선의 <박연폭포>를 디지털 영상으로 재구성한 것으로, 철의 역동성과 웅장함을 느끼기에 손색이 없다. 이 또한 상영시간이 50분에 달하는 대작이다.



이러한 작품들과 함께 '스틸 갤러리'도 방문객을 반긴다.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이곳은 1, 2층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층은 생활에 쓰이는 다양한 철의 모습을, 2층은 진화하는 미래 철강 제품을 소개하는 전시관이다. 1층은 아기자기한 그림으로 꾸며 놓았고, 2층은 첨단 기계 시설로 꾸며 놓았다. 터치가 가능한 영역이 많아 아이들이 특히 좋아할 만한 공간이다.


카페 '테라로사'도 이색적인 공간이다. '스타벅스'에 버금가는 토종 카페를 만들겠다는 당찬 포부로 강릉에 처음 문을 연 '테라로사'는 초창기만 해도 독특한 분위기로 입소문을 탄 카페다. 포스코도 부산 고려제강 폐공장에 들어선 매장에 반해 직접 입점을 제안했다는데 5년 전 처음 포스코센터점이 문을 열었을 당시만 해도 여타 매장과는 규모면에서 압도적이어서 매스컴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이곳은 1층 출입구보다 스틸 갤러리 2층과 연결되어 있는 자동문으로 진입하기를 권한다. 자동문이 열리면 거대한 카페가 눈앞에 나타나는데 2층 전면이 뻥 뚫려 있어 마치 우주선에 들어선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러한 독특한 느낌에 더해 2층 유리창 너머로 소나무가 바라다보이는 풍경은 또 어찌나 우아한지! 가만히 앉아 창 밖 소나무를 보고 있노라면 이곳이 번잡한 강남의 중심가가 아니라 청량한 어느 해변의 솔밭 같은 느낌마저 든다.



카페를 나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1층으로 향하면 한 편에는 식당가가, 한 편에는 영풍문고가 자리 잡고 있다. 미술관은 바로 영풍문고 끝자락과 연결되어 있다(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14XXE0069487 참조).


포스코미술관은 1995년에 포스코갤러리라는 이름으로 개관했다. 이후 1998년 문화체육관광부에 제1종 미술관으로 등록함으로써 포스코그룹의 기업미술관으로서 자리매김했다. 포스코미술관은 그동안 신진작가 발굴을 비롯해 중진 작가의 재발견에 이르기까지 아티스트의 창작 활동을 돕는 데 주력해 왔다(http://www.poscoartmuseum.org/ 참조). 이에 따라 2014년부터 2022년까지 총 6회의 신진작가 공모전을 추진해 왔는데 올해가 바로 공모전 10주년을 맞이하는 해이다. 따라서 포스코미술관은 그동안의 운영 과정을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발전 방향을 모색해 보고자 신진작가 공모전에서 수상한 역대 작가 중 지금까지도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 6인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를 마련했다고 한다. 이름하여 <RE:UNION-재회>.


  

이번 전시에 참여한 작가는 모두 여섯 명. 김경한, 지희킴, 심윤, 정지현, 조경재, 홍기원이 그들이다. 이들은 공모전 수상 이후에도 꾸준하게 활동을 이어왔다고 한다. 때문에 전시된 작품에는 신작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6명의 작가 중 가장 관심 있게 보았던 작가는 조경재였다. 칸딘스키를 연상케 하는 그의 작품은 색감과 구도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작품이 붓으로 그린 회화가 아니라 사물을 찍은 사진이라는 점이 놀라웠다. 다가가 살피면 사물의 면면을 적나라하게 볼 수 있다.



그는 콜라주나 포토샵을 이용하지 않고 실제 공간 속에서 다양한 재료들을 설치 후 아날로그 카메라로 직접 촬영해 작품을 완성했다는데 이를 위해 오브제와 재료들을 모아 놓은 후 모든 사물과 공간을 유심히 관찰하고 오래도록 바라보았다고 한다.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금곡피아노>. 고개를 푹 숙인 피노키오를 떠오르게도 하고 낙담하는 피에로를 연상시키기도 하는 작품이었는데 이 역시 다가가 보면 나무판자와 깃털(갈대 줄기 같기도?)로 조합해 찍은 사진임을 알 수 있다.



다음으로 관심을 끌었던 작가는 김경한. 이 역시 추상화였는데 방석이 놓인 전시실부터 인상적이었다. 앉아서 보라는 걸 테지, 싶어 털썩 주저앉아 그림을 바라봤다. 그렇게 앉아서 그림을 보고 있자니 원색의 붓 터치로 만들어낸 공간이 묘하게도 자연 풍경으로 다가왔다. 우선 바다가 보였다. 그다음으로 수평선과 노을이 보이고 해와 잔물결도 보였다.



함께 간 지인은 김경한 작가의 작품을 가장 마음에 들어 했다. 작품 앞에 앉아 팸플릿을 살피며 그림을 한참 감상했다. 그 모습이 퍽 여유로워 보여 사진을 찍었다. 찰깍!



마지막으로 눈길을 끈 그림은 정지현 작가의 작품이었다. 무엇보다 캔버스의 질감이 독특했다. 꼭 한지 같았다. 팸플릿을 확인해 보니 역시나 한지. 한지에 목탄으로 그림을 그렸다. 개인적으로는 풍경이나 사물을 그린 그림보다 사람을 그린 그림이 마음에 들었다. 특히 <풍경을 만드는 사람>. 겨울나무를 전지하는 남자의 모습이 이상하리만치 아름다워 보였다.



미술관 출구 쪽 벽면에 설치해 놓은 <코털 자르기>라는 작품에도 시선이 꽂혔다. 그림 속 남자의 표정과 동작이 어찌나 리얼하던지 지인과 마주 보며 웃었다. 아무리 봐도 이 작가는 정적인 그림보다는 역동적이고 익살스러운 장면을 더 잘 표현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술관을 나와 지인과 카페 '테라로사'에서 커피를 마시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산한 분위기여서 지인과 이야기를 나누기에 퍽 좋았다. 정겨운 봄날이었다.


전시는 5월 4일까지(월-금 10:00~18:00(17:00 입장마감) / 토-일 11:00~16:00 / 공휴일 휴관). 관람료는 무료다(posco art museum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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