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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지윤서 Apr 24. 2024

브런치 작가 '소위'와 소설가 '김하진'

2024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우는 여인'을 읽고

여동생을 세 살 무렵 동네 골목에서 잃어버렸다. 그때 온 식구가 동네를 돌아다니며 동생을 찾았지만 끝내 찾지 못했다. 결국 경찰서에 미아 신고를 하고 하룻밤을 보냈다. 다음 날, 웬 아주머니가 동생을 데리고 집을 찾아왔다. 여자는 길을 잃고 헤매는 동생이 너무 이뻐서 잠시 데리고 있었다며 바로 경찰서에 데려가지 않아 미안하다고 말했다. 오줌을 안 쌌으면 어쩔 뻔했어. 아이 키우기가 만만치 않다는 걸 하룻밤 재워보고 알았던 거지. 어머니는 그때의 일을 떠올리며 여자가 동생을 데려온 이유는 동생이 이불에 오줌을 싸서였다고 말하곤 했다. 


올해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우는 여인'에도 여동생을 데려갔던 그 아주머니처럼 길을 잃고 집에 찾아든 한 아이를 부모에게 돌려보내지 않으려고 마음먹는 한 여자가 등장한다. 여자가 아이를 돌려보내지 않으려 한 것은 교통사고로 잃은 아들의 모습을 아이에게서 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여자는 아이를 돌려보내기로 마음먹는다. 


그 여자의 마음을 되돌리게 한 것은 '오줌'이 아니라 '그림'이었다. 그 그림은 다름 아닌 피카소의 <우는 여인>. 소설을 읽으며 제목이 너무 절묘하다 생각했다. 처참하게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눈물을 뚝뚝 흘리며 울고 있는 피카소의 <우는 여인>. 작품을 읽기 전까지 밋밋하다고 느꼈던 소설 제목은 피카소의 그림과 만나자마자 순식간에 생생하게 살아났다. 소설의 백미는 바로 그 지점들이다.


피카소의 <우는 여인>은  1937년 에스파냐의 작은 마을 게르니카가 독일 공군에 의해 무차별 폭격을 당하자 그 참상을 고발하기 위해 제작한 <게르니카> 벽화에서 아이를 잃고 울고 있는 여인의 모습을 따로 떼내어 유화로 그린 것이라고 한다[〈울고 있는 여인〉 - Daum 백과 참조]. 작가는 이 그림에서 교통사고로 아이를 잃고 돌이 되어버린 한 여인과 아이를 잃어버리고 돌이 되어갈 한 여인을 떠올려 소설로 형상화했다. 놀라운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소설 '우는 여인'의 작가는 브런치 작가이기도 하다. 브런치 작가명은 소위[소위의 브런치스토리 (brunch.co.kr)]. 브런치 글 '부사가 없는, 삶은 없다'로 미루어 짐작컨대 아마도 '소위'라는 작가명은 부사에 해당하는 '소위'가 아닐까 싶다. 


소위 작가님의 시리즈 글 '부사가 없는, 삶은 없다'를 좋아한다. 글을 읽으며 부사를 소재로 삼은 발상에 한 번 놀라고 섬세한 글에 또 한 번 놀랐다. 소설 '우는 여인' 역시 마찬가지였다. 피카소의 그림과 소설 속 여인을 연결 지은 발상에 한 번 놀라고 그 연결을 자연스럽게 끌어가는 이야기 전개에 또 한 번 놀랐다. 심사위원도 그런 점을 높이 평가한 듯하다.     


"단편의 미학은 단순하게 짧음에만 있지 않다. 단편소설의 특징은 함축과 암시에 있다. 함축은 단일사건을 정제된 문장으로 함축하여 전체를 독자가 상상하게 하는 것으로 단일사건의 주제 하나를 가지고 이어가는 방식이다. 하여 적재적소에서 감각적 문장과 비유법을 응용하고 지평의 소실점을 멀리 두고 사건의 흐름을 이어간다. 이렇게 단계 단계를 이어갈 때마다 독자의 궁금증은 배가된다. (중략) 피카소의 작품 '우는 여인'의 이미지를 표방하고 비유하였다는 데에서도 작가의 연마된 수준을 알 수 있다. 또 적절한 화법과 견고한 플롯이 주는 안정감이 소설의 몰입에 큰 장점인 가운데 구조적으로 플롯을 구축한 점이 탁월했다."(김한창, 심사평에서)


소설을 읽으며 소위 작가의 실명을 처음 접했다. 김하진. 앞으로 '소위'라는 브런치 작가명을 접하면 '김하진'이라는 소설가가 자연스럽게 떠오르겠다.  


[2024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부문 당선작 ‘우는 여인’ - 전북도민일보 (do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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