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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지윤서 Apr 26. 2024

남편은 참 복도 많지

오랜만에 들른 시골집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하늘색 지붕 위로 빼꼼히 고개를 내밀었던 뒤란 감나무가 베어져 사라졌고 과수원으로 올라가는 길 한 편에는 수선화가 심겼다. 지붕이 깨져 물이 뚝뚝 떨어지던 광도 지붕을 새로 얹어 말끔해졌다. 모두 남편의 솜씨다.  


겨우내 물이 얼어 터져 새던 수도 배관과 변기도 멀끔해졌다. 방도 걸레질로 묵은 때를 벗었다. 산소에서 조금 떨어진 밭에는 엄나무 묘목 서른 그루가 심겼다. 모두 서방님 솜씨다.    


시골집에서 가까운 포구에도 변화가 생겼다. 건설 중이던 해안산책로가 완공되었고 수산물 센터도 얼추 완공이 되어가고 있다. 수산물 센터에는 노상 포장마차와 주차장이 들어갈 예정이라고 한다. 포구에 올 때마다 포장마차와 차들로 복잡하다 생각했는데 반가운 소식이다.    


시골집의 풍경을 보면 '상전벽해'라는 말이 참 실감 난다. 처음 시집왔을 때만 해도 주변으로는 염전이며 논과 밭, 자갈길이 전부였는데 이제는 바다 위로는 대교가 생기고, 도로에는 아스팔트가 깔리고, 논에는 원룸이, 포구에는 호텔과 식당, 카페, 산책로가 설치되었으니 시부모님이 살아 계셨더라면 세상 변하는 속도에 놀라도 한참 놀라셨을 듯하다.  


한적하고 정겹던 시골 풍경은 우후죽순 생겨난 원룸과 대규모 공장들 탓에 이제는 과거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편은 나이가 들수록 찾아갈 고향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함을 느낀다고 말한다. 나도 남편과 다르지 않은 마음이다.  


남편을 보며 부모로서 가장 잘하는 일은 자식에게 고향을 만들어주는 일이 아닐까 생각했다. 자식에게 '고향'이란 부모의 헌신적인 사랑일 수도 있고, 뿌리에 대한 자부심일 수도 있고, 말 그대로 태어나고 자란 정답고 그리운 곳일 수도 있을 것이다. 보기에 남편은 모두를 가졌다. 


남편은 참 복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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