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100번째 글을 다른 매체 이야기로 채우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100번째 글을 쓰게 되었다는 사실도 신기하지만 그 100번째 글이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단 입성기'라는 제목을 달고 쓰이게 된 것도 신기하다.
얼마 전 브런치 이웃작가 레마누 님의 글[오마이뉴스 인기기사 1위로 시작한 월요일 (brunch.co.kr)]에서 오마이뉴스 기자가 되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 글에서 다음 구절이 눈에 띄었다.
"오마이뉴스 기자단에 가입하고 '사는 이야기'에 글을 올리면, 원고료를 준다."
원고료를 주다니. 눈이 커지는 대목이 아닐 수 없었다.
바로 오마이뉴스에 들어가 '사는 이야기'를 클릭했다. 어떤 식으로 기사가 쓰이나 궁금해 '사는 이야기'에 실린 이런저런 기사들을 클릭해 읽었다. 그러다 전미경 작가가 쓴 입성기[내가 기사를 쓰다니... '합격' 통보 받은 것만큼 기뻤다 - 오마이뉴스 (ohmynews.com)]를 만났다. 그 글을 읽고서야 오마이뉴스의 시민기자단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구체적으로 알게 되었다.
방법을 알고 나니 '나도 한 번 해볼까?' 싶은 호기심이 일었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단에 가입하고 '사는 이야기'에 글을 올렸다. 첫 글은 '생나무글'로 판정을 받아 기사로 채택되지 못했다.
무엇이 문제일까 생각했다. 아무래도 시의성과 정보성이 전혀 없는 게 문제인 듯했다. 그래서 두 번째 원고에는 시의성과 정보성을 가미해 편집부에 송고했다. 그것이 금요일 오전의 일이다. 그런데 그날 오후, 기사가 메인에 채택되었다는 알림이 왔다.
금요일이어서 결과가 월요일에나 나올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놀라서 기사를 클릭했다. 제목이 달라져서 '뭐지?' 싶었는데 정말 내 글이었다.
송고했던 제목은 부제목으로 밀려나고 대신 낯선 제목이 큰 글씨로 쓰여 있었다. '고물가 시대에 뭐 해먹고 사냐고요?'.
제목은 낯설었지만 내용은 그대로였다. 편집부에서 시의성에 맞게 제목만 고친 모양이었다. 제목 붙이기가 늘 고민인데 흥미로웠다.
사실, 메인에 걸린 글은 2021년도에 브런치에 썼던 글[에어 프라이기가 내게로 왔다 (brunch.co.kr)]을 재활용한 것이다. 하지만 뼈대에 해당하는 두 문단만 가져다 썼을 뿐 나머지는 전혀 다른 문장으로 채웠다. 지금 시점에 맞게 도입부를 바꾸고, 기사 형식에 맞도록 한국소비자원의 외식비 통계 자료를 인용해 집밥에 대한 이야기를 새로이 쓴 것이다.
오마이뉴스에서는 이 글을 버금기사로 선정했다. 버금은 기사에 매기는 4개의 등급 중 세 번째에 해당한다. 가장 높은 등급은 오름. 다음은 으뜸, 그다음이 버금이다. 제일 낮은 등급은 잉걸인데 단어가 생소해 사전을 찾아보니 '불이 이글이글하게 핀 숯덩이'라는 뜻의 순우리말이다. 등급은 제일 낮지만 이름은 제일 예쁘다.
원고료도 등급에 따라 다르다. 잉걸부터 2천 원, 1만 5천 원, 3만 원, 6만 원 순이다. 내 글은 버금이니 1만 5천짜리인 셈이다. 결코 큰 금액이라고 할 수 없지만 순수하게 쓴 글로 돈을 벌었다는 사실 때문에 매우 만족스럽다.
글은 진화한다. 이번에 예전의 글을 새롭게 써내며 그 사실을 깨달았다. 앞으로 그 과정을 느껴볼 참이다.
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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